노동당 제9차 대회 중앙위원 인선에 나타난 특징[정창현의 북한읽기]

2026. 2. 25. 05: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9차 당 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2월 19일 개막했다. 5년마다 한 번 개최되는 당 대회는 북한이 5년 단위의 주요 국가 정책과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 결정하는 최대 규모의 정치 행사이자 인사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대회에는 8차 대회와 마찬가지로 당 중앙지도기관 구성원 224명과 전당의 각급 조직들에서 선출된 4776명 등 총 5000명의 대표자들이 참가했다.

대표자들은 당·정치일꾼대표 1902명, 국가·행정·경제일꾼대표 747명, 군인대표 474명, 근로단체일꾼대표 32명, 과학·교육·보건·체육·문화예술·출판보도부문 일꾼대표 321명, 현장에서 일하는 일군·핵심당원대표 1524명으로 구성됐다. 김정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이들을 자기 부문, 자기 단위 사업에서 뚜렷한 실적이 있고, 향후 활동이 기대되는 당의 핵심분자들라고 평가했다.

8차 당 대회 대표자들과 비교하면 군인 대표와 '현장 일꾼·핵심당원 대표'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군인 대표자는 8차 대회 때 408명이었으나 이번에 474명으로 16%(66명) 늘었고, '현장일꾼·핵심당원'은 8차 대회 때의 1455명에서 이번에 1524명으로 4.7%(69명) 늘었다. 러시아 파병과 군인 건설자에 대한 '정치적 배려',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영향 등이 작용한 것을 보인다. 다만 여성 대표자는 8차 때 501명에서 이번엔 413명으로 21%(88명)나 줄었다.

개막식 주석단에 앉은 9차 당 대회의 집행부는 김정은 당 총비서를 비롯해 총 39명으로,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 때와 인원수는 같았지만, 집행부 구성원의 59%에 해당하는 23명이 교체됐다. 8차 당 대회 집행부 구성원의 74.4%에 해당하는 29명이 교체된 것 비교하면 교체 폭이 줄었다.

당 대회 개막식 분위기는 5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개회사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5년간 정치·경제·국방·문화·외교 등 모든 방면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하며 사회주의 발전에서 '전환적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지위가 '불가역적'으로 굳건해졌다며 이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과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 전선인 경제 분야에서 인민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이 기본적으로 완수되고, 우리 경제가 오랜 노후와 침체에서 벗어나 계획적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하는 일정한 토대와 잠재력이 다져졌다"라며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강조했다.

5년 전 8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국가경제 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다"라며 이례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아픈 교훈들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며 과감한 내부 쇄신을 주문한 것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김 총비서 스스로도 "5년 전 최악의 난국을 자력으로 타개하고 전진과 발전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가겠다는 신념과 의지, 각오를 가지고 당 제8차 대회를 소집했다면 오늘은 앞날에 대한 낙관과 자신심에 충만돼 당 제9차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9차 노동당 대회가 진행 중인 평양 4·25문화회관 회의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개막식에 이어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라는 세 가지 안건이 나흘 동안 논의됐다. 그러나 사업 총화의 구체적 내용과 개정된 당 규약의 변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회 마지막 날 결정서가 채택된 뒤에 언론매체를 통해 사업총화 내용과 결정서의 일부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 나흘인 2월 22일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가 다시 총비서 직에 선거됐고, 139명의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111명의 후보위원이 선출됐다.

김정은 총비서부터 박지민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까지 139명의 중앙위원 중 66명이 유임됐고, 19명이 후보위원에서 승격됐으며, 54명이 새로 임명됐다. 신규 및 승격을 합하면 당 중앙위원 73명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 교체율은 약 52.5%에 달한다.

후보위원 111명은 유임 23명, 강등 3명, 신규 85명으로 파악된다. 신규 비율이 76.6%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 교체율이 51.6%에 이른다. 2016년 제7기와 2021년 제8기 당 중앙위원회의 위원·후보위원들의 교체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 선출된 제9기 당 중앙위원·후보위원 명단에는 9차 당 대회 개막식 때 주석단에 자리했던 일부 고위간부들이 빠졌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를 비롯해 박정천 당 비서 겸 군정지도부장, 최동명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김영철 통일전선부(10국) 고문 등 정치국 위원들이 대표적 인물이다. 김정순 당 근로단체부장,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등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동명과 김정순을 제외하면 모두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이들이 당 중앙위원에서 빠진 것은 9차 당 대회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위원회 위원 포함 여부가 북한의 고위직으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김용수 당 재정경리부장, 리선권 당 중앙위원회 10국장, 리혜정 당역사연구소장, 박정남 당 문서정리실장, 신룡만 39호실장, 오수룡 당 경제정책 총고문 등이 탈락했다.

내각 인사 중에서는 김금철 내각 사무국장을 비롯해 양승호·김명훈·정명수 부총리, 김경준 국토환경보호상, 리만수 국가건설감독상, 안경근 기계공업상, 임경재 도시경영상, 승정규 문화상, 정무림 보건상, 전학철 석탄공업상, 강철구 선박공업상, 송춘섭 수산상, 강종관 육해운상 등이 빠졌다. 북한에서도 통상적으로 내각 상급 인사들의 인사는 빈번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직할시·도당 책임비서 중에서는 박태덕(황해남도), 리태일(양강도), 김영환(함경북도), 김영규 개성시당 책임비서 등 4명이 탈락했고, 지방인민위원장 중에서도 평안북도 최영만 인민위원장, 김선일 황해북도 인민위원장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최룡해, 박정천, 리병철, 김영철, 오수룡 등 70대의 원로간부들은 세대교체성 인사로 자연스럽게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당의 정치국 위원들이 대부분 60대의 제3세대 간부로 채워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리일환 선전비서(정치국 위원)를 들 수 있다. 그는 북한의 '혁명 1세대'인 항일빨치산 출신의 손자로 3세대를 대표하는 간부다. 원로 간부 외에 당의 전문부서나 내각부총리 등은 실적 평가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제9차 대회 5일 회의가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강령적인 결론을 했다"라고 24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번 제9기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인선을 통해 몇 가지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첫째, 반수 이상의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신진인사로 교체됐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비서국과 비서국 산하 전문부서의 책임자들이 대부분 유임되거나 순환인사를 통해 정권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의 '위기'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사안을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경우 기존의 박태성 총리와 조용원(전임 조직비서) 상무위원 외에 새롭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한 김재룡 신임 조직비서나 리일환 선전비서 등이 모두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승진가도를 달려온 간부들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손발을 맞춰온 조용원(조직), 리일환(선전), 리히용(간부), 조춘룡(군수), 김덕훈(경제), 최동명(과학기술) 등이 움직여온 비서국은 7인 체제에서 11인 체제로 대폭 보강됐다.

당의 규율 강화와 지방건설 중시 기조에 맞춰 이와 관련된 부서들이 신설되고, 신영일·김정관 등 실적을 인정받은 간부들이 기용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용원 비서는 은퇴한 최룡해 후임으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며, 여러 차례 질책을 받은 김덕훈은 경제비서에서 해임됐지만 정치국 위원직은 유지했다. 조용원 조직비서와 김덕훈 경제비서의 후임으로는 김재룡 당 규율조사부장과 안금철 금속공업상이 승진, 기용됐다. 은퇴한 박정천 비서의 후임으로는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임명됐다.

또한 지난 8차 당 대회 때 신설된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에 임명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인사가 김여정 부부장을 제외하고는 이번 당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개정된 당 규약에는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으로 명기됐지만 북한 언론매체에는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 '당 총비서 대리인' 조항은 2인자를 넘어 사실상 '잠재적 후계자'를 염두에 둔 조항으로 해석된다.

현재 실질적으로 '당 총비서 대리인'의 역할은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국무위원이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 대회 닷새째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당 부장(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승진했다. 향후 김여정 부장을 제1비서에 임명할지, 아니면 일각에서 유력하게 제기하는 김주애 또는 다른 '잠재적 후계자'를 위해 일정 기간 공석으로 유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9차 당 대회가 끝난 후 소집될 최고인민회의에서 내각부총리와 상(장관)급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김정은 총비서가 함흥시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현지지도 때 공개적으로 해임시킨 양승호 부총리를 비롯해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부총리와 상급 인사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8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은 8명의 부총리 중 7명의 부총리를 물갈이하고, 상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7명의 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북한은 당의 인사정책인 '노·장·청 배합'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전문성과 실적을 고려해 40~50대의 신진인사들을 대거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그동안 대남사업을 담당해 왔던 김영철, 리선권의 퇴진 이후 누가 남북관계 업무를 담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 당 통일전선부에서 축소된 10국을 부활해 '대외사업'을 지도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김여정이 부장으로 취임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남담당 경험이 있는 간부로는 유일하게 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장금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당 중앙위 10국(대적지도국)의 책임자 또는 신설부서의 제1부부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금철은 2019년 초부터 2021년 1월까지 2년쯤 당 통일전선부장으로 활동한 인물로 군부 출신의 김영철, 리선권보다는 남북 대화와 민간 교류에 경험이 풍부하다. 김여정 부장과도 2019년 6월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판문점 만남' 때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그의 복귀가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낼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9차 당 대회에서 당 규약이 개정됐지만 개정 내용에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제도화 차원에서 통일 관련 문구가 모두 삭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