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졸업사진도 '인스타용'으로… 작가 섭외해 마스코트 인형 안고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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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게 웃어 보세요."
졸업식 몇 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학생 커뮤니티 등을 뒤져 마음에 드는 작가를 예약하는 이들도 많다.
스냅사진 작가들이 꽃다발 대신 학교 마스코트 인형을 소품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이권재(20)씨는 "졸업생들이 인형을 하나씩 들고 사진을 찍길래 동아리 선배를 위해 사려고 했는데 이미 품절됐더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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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수여식에서 스냅사진 촬영 유행
"취향 맞는 작가 골라 수개월 전 예약"
소품 활용 학교 마스코트 인형도 품절

"다정하게 웃어 보세요."
"조금 더 가까이 붙어볼까요."
2026년 학위수여식이 열린 24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교정 곳곳에서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연스러운 빛을 연출하기 위해 전문가용 조명 반사판까지 설치됐다.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은 꽃다발과 인형을 품에 안고 화단과 대강당을 배경 삼아 포즈를 취했다. 캠퍼스 전체가 거대한 야외 스튜디오를 방불케 했다.
요즘 대학생들은 졸업사진도 판에 박힌 건 거부한다. 스냅사진 작가를 고용해 교정을 누비며 자신만의 콘셉트로 추억을 남기는 '졸업 화보'가 유행을 타고 있다. 졸업식 몇 달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학생 커뮤니티 등을 뒤져 마음에 드는 작가를 예약하는 이들도 많다. 선택 기준은 'SNS에 올리기 좋은' 색감과 구도다.
한국일보가 23, 24일 이틀간 서울 시내 대학 학위수여식 3곳을 돌아보니 스냅사진을 찍는 졸업생이 상당히 많았다. 가족과 친구들은 곁에서 가방과 외투 등을 챙겨주는 이른바 '가방순이'를 자처하며 '완벽한 한 컷'을 위한 연출을 도왔다. 서울시립대 졸업생 안호현(25)씨는 "졸업앨범은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지 않았고, 여자친구·가족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스냅사진 촬영을 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스냅사진이 훨씬 실속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만난 천수빈(24)씨는 "과 분위기가 개인주의적이라 모르는 얼굴이 태반인 졸업앨범은 의미 없다고 느꼈다"며 "스냅사진은 내 취향에 맞는 작가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천씨는 1시간 30분 촬영에 15만 원을 지불했지만 '나만을 위한 맞춤형 사진'이기에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베트남 유학생 찡(25)도 "SNS에 올리기도 좋아 꼭 찍고 싶었다"며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음 지었다.
스냅사진 열풍은 '캠퍼스 굿즈'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스냅사진 작가들이 꽃다발 대신 학교 마스코트 인형을 소품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형을 안고 찍는 포즈가 필수로 여겨지면서 학내 기념품숍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서울시립대 재학생 이권재(20)씨는 "졸업생들이 인형을 하나씩 들고 사진을 찍길래 동아리 선배를 위해 사려고 했는데 이미 품절됐더라"며 아쉬워했다. 매장 관계자는 "매주 500~600개가 들어와도 금방 동난다"며 "현재 사전 예약분만 소량 남아 있고 당일 현장 구매가 가능한 물량은 없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새로운 문화에 크게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한양대 졸업생 학부모 이웅재(58)씨는 "요즘은 사진 찍을 만한 장소도 많고 예전과 환경이 다르니 굳이 졸업앨범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며 "다른 학생들 스냅사진 찍는 걸 보니 우리 딸도 예약해 주고 싶다"고 했다. 학부모 최광영(58)씨도 "부모 입장에선 조금 서운하지만, 시대가 바뀐 것이니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울상을 짓는 이들도 있다. 학위수여식마다 캠퍼스를 돌며 즉석 촬영을 하는 출장 사진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45년째 졸업식 현장을 지켜 온 사진사 정영진(65)씨는 "예전과 비교하면 일거리가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졸업앨범은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는 학생이 많아,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이화여대 졸업준비위원회는 졸업앨범 제작 폐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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