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열 EBS 사장 "갈 길이라면 빨리 가야… 내달부터 주5일 AI 콘텐츠 방송"
올해 경영 목표로 'AI 전환' 드라이브
"교육 콘텐츠가 드라마·예능보다 유리"
'AI 고전' 'AI 인물한국사' 등 대거 편성

지난해 EBS는 엔지니어, 그래픽 디자이너, 카메라맨, PD 등 4명에게 각자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를 100% 활용한 1인 콘텐츠를 만들게 했다. 제작비는 프로그램 구독료 몇십만 원. 가장 혹독한 조건으로 AI 콘텐츠 실험에 나선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드라마의 완성도는 예상보다 훨씬 탁월했고, ‘EBS AI 단편극장’으로 편성돼 시청자와 만났다.
가능성을 확인한 김유열 EBS 사장은 지난해 ‘AI 혁신’에서 한 발 더 나아간 ‘AI 전환(AX)’을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대규모로 AI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23일 경기 고양시 EBS 사옥에서 만난 김 사장은 확신과 기대에 차 있었다. “갈 길이라면 빨리 가야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많은 양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이 제 혁신 법칙입니다.”

첫 내부 출신 사장인 김 사장은 1992년 PD로 입사해 편성기획부장, 뉴미디어부장, 학교교육본부장, 부사장 등 보직을 두루 거치며 EBS의 혁신을 주도해 왔다. 과거 두 차례 대대적인 편성 개편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0년 전체 프로그램의 80%를 폐지하고 어린이 프로그램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2008년에는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 70% 정도를 폐지한 뒤 ‘세계테마기행’ ‘다큐 프라임’ 등 다큐멘터리로 채워 넣어 EBS를 ‘지식 채널’로 새롭게 브랜딩했다.
2022년 사장 취임 이후로는 현업에서 쌓은 혁신 경험을 살려 EBS를 ‘AI 기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먼저 시작한 건 빅데이터 판매다. 초중고 100만 개 문항 데이터를 팔았는데, 교육 부문 AI 바람을 타고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 현재는 AI 관련 사업 수익이 1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김 사장은 “EBS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뉴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왔기 때문”이라며 “AI 시대에도 한 번은 기회가 오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고, 지금은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콘텐츠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질은 획기적으로 높이고, 제작비는 획기적으로 낮추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교육 방송’이라는 정체성이 AI 콘텐츠를 먼저 도입하는 데 유리하다고 봤다. 김 사장은 “AI가 드라마나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감성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의 원리를 설명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제격”이라며 “비용과 구현의 한계로 못 했던 수많은 교육 콘텐츠를 대량으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단편극장 실험과 함께, 사장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AI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연수를 받았고 AI 제작 가이드라인 초안도 마련했다. 다음 달부터는 AI 제작 콘텐츠를 정규 방송으로 대거 편성한다. 대표적으로 인류 역사를 바꾼 책 100권을 강의나 다큐멘터리로 만든 ‘AI 고전 – 역사를 바꾼 100책’이 주 5회 매일 방송된다. 김 사장은 “AI로 환생한 애덤 스미스가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국부론’ 저자 직강을 하는 식”이라며 “700편 이상 제작해 ‘위대한 수업’처럼 글로벌로도 유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역사교육 콘텐츠인 ‘AI 인물한국사’도 주 5회 매일 편성하고, 하반기에는 ‘AI 청소년 TV문학관’도 13부작으로 선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해 3년 임기를 모두 채웠지만, 법원이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차기 사장 임명 처분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4년째 직무를 이어오고 있다. 김 사장은 “임기 내 흑자 구조를 만들고, 문해력과 저출생 등 의미 있는 화두를 사회에 던진 점은 뿌듯하다”면서도 “재정 적자에 발목 잡혀 콘텐츠에 대한 계획을 절반도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기적으로 EBS가 교육 방송을 넘어 공적인 교육 미디어 그룹(EMS)으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갈수록 믿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하지만 어두울수록 별이 빛나는 법이죠. EBS가 계속 미래지향적인 가치 혁신을 지속한다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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