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주목한 한국 피지컬 AI 스타트업 '본'… "한국의 안두릴 만들겠다"
창업 1년 만에 글로벌 VC 투자 잇단 유치
AI개발·양산 능력 겸비 '풀스택 피지컬 AI'
"고 정주영 회장처럼 산업 기틀 세울 것"

"정확한 투자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오라 글로벌'이 저희 주주로 참여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피지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본'의 이도경(35) 대표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창업해 1년도 채 안 된 11월 미국 벤처캐피털(VC) '써드 프라임' 주도로 1,200만 달러(약 17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테크 스타트업 시장에서 주목받았는데, 연달아 유명 VC가 러브 콜을 보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오라 글로벌은 페라리·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이자 세리에A 축구팀 유벤투스 FC를 소유한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투자회사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등에도 투자한 큰손이다.
이 대표는 "써드 프라임 투자 소식을 듣고 오라 글로벌이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방위산업 분야 스타트업이란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은 써드 프라임 투자 유치 뒤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기술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서 "AI 기반 로봇으로 아시아 방산 대기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이 대표는 깐깐한 글로벌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AI의 의사결정 알고리즘 개발과 정밀 하드웨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풀스택 피지컬 AI'라는 방향성이다. 양산을 배제하고 AI 모델 개발에만 집중한 대다수 스타트업과 차별화된다. 그는 "사명인 본은 단순히 피지컬 AI를 영위하는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뼈대(BONE)를 만들자는 의미"라며 "군과 정부가 원하는 드론을 자체 양산까지 할 수 있어야 글로벌 공급망을 움켜쥔 중국에서 벗어나 산업의 기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창업 반년 만에 드론 하드웨어 양산업체 '디메이커스'를 인수한 배경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수한 인재다. 본에는 미국 스탠퍼드대 뇌과학 박사, UC 버클리 수학 박사, 조지아 공대 항공우주학 박사 출신의 물류회사 UPS AI 로보틱스랩 연구원 등 AI 개발에 필수적인 인재들이 참여하고 있다. 제조 분야에서는 기능경시대회 드론 분야 금메달 출신을 비롯해 마이스터고 출신들을 영입했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 분야는 팔란티어의 고졸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을 일구는 건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의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산 분야에서 역량 있는 스타트업도 당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인재들은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데 대기업은 이들을 품을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도전과 혁신에 걸맞은 스타트업이 방산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차세대 방산 경쟁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방산 분야에서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벤처천억기업) 30개를 육성하고 방산 참여 스타트업을 1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23일 발표했다.

이 대표의 포부는 벤처천억기업을 뛰어넘는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21세기의 현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한국에서 조선·자동차 산업을 일으켰듯 자신은 피지컬 AI 산업을 뿌리내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에서 방산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시아는 아직이다. 본은 이미 공격용 드론 2종, 산불 조기 탐지 드론, 배송 드론 등을 개발해 창업 첫해부터 수십억 원의 매출을 기록, 아시아의 첫 방산 AI 유니콘 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인재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창업 9년 만에 80조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안두릴처럼 한국에 피지컬 AI 산업 기틀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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