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신성장동력, K-GX로 기회를 선점하자

2026. 2. 2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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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녹색에너지 대상] 기고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최근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을 둘러싼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 에너지 가격 변동성,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심화 속에서 기후정책이 부담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일부 국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일부 기업들은 전환 투자에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도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곧 탄소중립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는 어느덧 무역·투자·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100,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이 보여주듯이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서는 저탄소 제품과 청정에너지 사용 여부가 중요한 거래 조건이 되는 추세이다.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이 글로벌 시장 접근의 조건이 되면서 탄소중립은 환경을 넘어서 산업과 통상이 결합된 복합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수출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 이는 더욱 분명한 현실적 문제이다.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감축을 늦출 경우 당장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접근 제한, 기술 표준 선점 실패, 공급망 배제 등과 같이 훨씬 큰 비용을 치루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향후 천문학적인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청정에너지 및 저탄소 제품 시장에서 선두 기업과의 글로벌 경쟁력 간극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탄소중립은 에너지안보의 관점에서도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청정전원 확대는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판이다. 분산형 전원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 저장기술은 산업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는 기반 인프라다. 에너지 전환은 비용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안보 리스크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대전환(K-GX) 전략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을 부담이 아니라 탈탄소 대전환을 통해 국가 경제 도약의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녹색대전환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혁신, 전통 주력산업의 탈탄소 공정 전환, 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 열에너지의 탈탄소화 등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수송·건물 등 사회 경제 전 부문의 과감한 대전환을 목표로 한다.

정부의 녹색대전환 추진 방향을 보면 수평적으로는 사회 경제 전 부문의 상호 연계성을 고려하고 수직적으로는 공급망 상의 산업 생태계 및 세제·금융 지원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금년 상반기 발표될 예정인 녹색대전환 추진 전략의 구체적인 모습이 기대된다. 다만, 이를 현실에서 녹여 내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일관성을 견지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대전환이 기술, 인프라, 시장, 세제·금융지원이라는 핵심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지만 주로 생산·공급 측면에 치우쳐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수요 측면에서 저탄소 제품 및 청정에너지 초기 시장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제도적·금융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동시에 전환 과정의 부담이 특정 지역과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이 뒷받침돼야 정책의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늦춘다고 부담이 사라지는 과제가 아니다. 세계가 주저하는 듯 보이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탄소중립을 선도할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의 선택은 곧 우리의 미래 산업 지형을 결정한다. 녹색대전환을 규제가 아닌 성장 설계도로 실행할 때, 대한민국은 탄소중립을 지키면서도 차세대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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