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러 “무역법 301조 꺼내든 트럼프… 한국도 조사 받을 수 있다”

지난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이 또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미 정부는 판결 직후 상호 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글로벌 관세’ 10%를 발효했고, 이를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나아가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 품목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거론하며 관세 전선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본지는 최근 방한한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을 만나 트럼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추가 관세 카드 등 앞으로의 통상 압박 시나리오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미국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무역대표, USTR 부대표 대행 등을 지낸 미 통상 정책의 핵심 인사다. 24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동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경고한 ‘상호 관세 25% 인상’ 가능성은 이번 판결로 사라진 것인가?
“판결로 인해 상호 관세로 상대국을 위협하는 건 유효하지 않은 카드가 됐다. 상호 관세 대신 발효된 글로벌 관세는 최고 15%, 최장 150일이라는 법적 제한이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은 일시적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 인상을 예고한 것이 신속한 대미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관세라는 지렛대를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 통상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법 301조’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301조에 근거한 USTR 조사가 조만간 여러 건 개시될 것이다. 301조 조사는 특정 국가나 특정한 무역장벽(품목·정책 등)을 겨냥해 여러 나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포함될 것이라고 본다. 통상 조사에 1년 정도 걸리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전’을 지시할 가능성이 높다. 5~6개월 내 조사를 마무리 해 최대 150일인 글로벌 관세 부과가 끝날 무렵 301조를 통해 새로 만든 관세를 또 부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301조 조사를 벌여 4000여개 품목에 고율 품목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커틀러 부소장은 미국이 이같은 방법으로 사실상 상호 관세 부과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반도체 등에 부과하는 품목 관세가 늘거나 인상될 수도 있나?
“미 상무부가 지난해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산업용 기계와 드론, 반도체 등 여러 품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조만간 새 관세가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반도체 등은 수출 절차나 과정이 복잡해 관세 부과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고, 미국 내 수요도 많아 높아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대안으로 수입 라이선스 비용(License Fee·수입 업자가 국가에 일정 요금을 내고 수입 허가를 받는 제도)를 거론했는데?
“연방대법원 판결로 관세를 올린다는 위협을 하기 어려워진 만큼 대안으로 찾은 다른 ‘도구’ 중 하나로 부상한 것 같다. 그러나 어떻게 작동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대로 설계했는지도 알 수 없다.”
-한국 등에 대해 무역법 301조 조사가 시작되면 비관세 장벽 이슈가 부각될텐데?
“미 정부는 한미 FTA 체결 이후에도 한국엔 여러 비관세 조치가 남아 있다고 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해왔다. 검역 등 농업 분야부터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규제 분야까지 범위가 넓다. 한국이 더 높은 관세를 피하려면 비관세 이슈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301조 조사가 시작되면 한국에선 관세 협상 파기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건 최대한 피해야 할 상황이다. 한미는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조선·반도체·AI 등 산업에서 협력해야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한국 정부에 제언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의결하는 것이다. 그 후 새로운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지면, 트럼프 정부는 이를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것이다. 여기에 비관세 이슈에서 일부 진전을 이뤄낸다면, 양국이 도리어 협력을 강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무역법 301조
‘수퍼 301조’로 불리기도 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 기업·산업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될 때, 다양한 품목에 대한 관세나 수입 제한 등으로 상대국에 광범위한 보복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 규제, 기술 장벽, 위생·검역 등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 주장해왔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통상서비스 석사 학위를 받은 정통 통상 전문가다. 미국 상무부를 거쳐 미국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무역대표 등을 역임하며 미 통상 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특히 2006~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우리 국민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후 USTR 부대표 대행으로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굵직한 국제 통상 현안을 이끌었다. 현재는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으로 재임하며 아시아 지역의 경제 안보와 통상 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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