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황제'의 굴욕...'즉흥 통상' 시대 저물까
[앵커]
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관세 하나로 전 세계를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황제' 영향력이 위축됐습니다.
곧바로 한시적 관세 카드를 꺼냈지만, 법적 근거가 약해진 만큼 과거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권영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어 '15% 글로벌 관세'라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122조는 무역 적자가 아니라 '국제수지 적자' 위기에만 발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국제수지는 거의 균형 상태여서 발동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150일이라는 시한부 권한인 데다 의회 승인까지 받아야 해 이전처럼 즉흥적인 권한 행사는 불가능해졌습니다.
[알베르토 리치 /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정책연구원 : 이번에 발표된 15%의 관세 외에, 트럼프 행정부가 또 어떤 별도의 추가 관세를 덧붙일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시장과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더 이상 '상수'가 아닌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스티븐 케이츠 / 소비자금융서비스업체 수석 금융분석가 : 즉각적인 혜택이나 물가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한번 불확실성만 키울 뿐입니다.]
동맹국들의 대응도 달라졌습니다.
기존 협상의 비준을 연기하거나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등 '트럼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니클라스 프레데릭 푸아티에 / 브뤼헬 싱크탱크 연구원 : 유럽 의회는 합의 조건이 불확실해졌다며, 지난해 맺은 협정 비준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122조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시한부 카드'로 5개월 뒤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곧바로 상대국이 미국을 차별한다는 명분을 쌓아 무제한 보복을 가할 수 있는 301조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조사를 반년도 안 돼 끝내겠다는 일종의 '억지 속도전'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 안보'를 핑계로 특정 제품의 수입을 아예 막거나, 핵심 품목만 골라 때리는 핀셋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관세 황제'의 시대는 저물고 있지만,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돌발 행동이 통상 질서에 더 큰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YTN 권영희입니다.
영상편집 : 임현철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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