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관 “승리는 우리 것” 현수막 걸더니… 예정된 행진은 취소
대사관 주변 “살인마 푸틴” 시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년을 맞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 건물 외벽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러시아 삼색기를 배경으로 제작된 약 15m 길이 현수막에는 러시아어로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사용했던 구호로,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정당화에 이 구호를 사용한다.
이 현수막은 지난 21일 내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일본 도쿄나 프랑스 파리, 러시아 우방국인 중국과 베트남 주재 러시아 대사관 등에는 이런 현수막이 안 걸렸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거듭된 철거 요구를 묵살해 온 러시아 측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날 오후 6시쯤 현수막을 내렸다.
오히려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사관 인근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약 50명이 참여하는 행진을 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었다. 하지만 이날 아침 경찰에 집회와 행진 취소를 통보했다.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는 취소 이유를 묻는 본지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현수막은 행사 진행 후 철거했다”고 했다. 주재국 수도에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는 한국 시민단체와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한국 거주 일부 러시아인이 참여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11일 한국 기자들 앞에서 러·우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을 향해 “조선인민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반발한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이날 러시아 대사관 주차장 출입구 앞에서 ‘푸틴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흉물스러운 현수막을 즉각 철거하고 전쟁을 멈춰라”라고 했다.
경기도 양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러시아 국적 스테판 이브기니(55)씨는 평일 휴무를 내고 러시아 대사관 인근 정동길을 찾아 푸틴 대통령 사진과 함께 ‘살인마’라는 문구가 인쇄된 피켓을 들었다. 그는 “푸틴은 북한을 동맹으로 본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도 러시아에 대한 위기감을 함께 느껴줬으면 한다”고 했다. 근처에서 시위에 나선 러시아인 알렉산드르 콜로스코바(45)씨 역시 “좋은 전쟁은 없다. 필요한 건 평화이지 더 넓은 땅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선 선거가 의미 없고 많은 이가 정치범으로 투옥된 상태”라며 자국의 독재를 비판했다.

이날 유럽 민간 단체가 기획한 러시아 규탄 시위도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서 열렸다. 이들은 트럭에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을 달고 ‘러시아군이 아동 1만9000명을 납치했다’ ‘군사 동맹은 북한, 돈벌이는 한국에서?’라는 문구를 내보냈다. 시위를 기획한 단체 관계자는 “북·러 밀착이 한국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알리려고 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년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국가검진… 폐암 검사는 54세→50세로 내리기로
- 의사 몰래 먹는 ‘건강식품’… 그러나 ‘간’은 알고 있다
- 비닐봉투 주세요… 미국선 ‘Plastic’ 영국선 ‘Carrier’
- “내 페이스대로”⋯ 최강록 조언대로, 아일릿 노래에 발맞춰 달리다
- 조카를 죽이고, 사육신의 처와 딸은 ‘분양’한 임금, 세조
- 텍사스도, 마약왕도 사랑한 동물… 무서운 살상력 가진 ‘강의 악마’
- 98세 현역의 아침 루틴… “매일 칼 정장 입고 윙크를 한다”
- [굿모닝 멤버십] 봉준호·이정재 키워낸 손… 영화계 대부 신영균
- 주식, 오르는데 무섭다? ‘상승 파티’ 즐기되 튈 준비 단단히 하라
- 소리 없는 절망, 신불자 100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