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바이든 이어 트럼프… 권력 제동 건 연방대법원

안준현 기자 2026. 2.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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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
닉슨의 철강 공장 국유화 시도와
바이든의 대출 탕감도 무산시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의 모습. 그는 언론을 압제하려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브리내티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린 미국 연방대법원을 노골적으로 까내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방대법원’에 대한 존경이 없기에 이를 소문자로 쓰겠다”며 “무능한 대법원은 엉뚱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했다,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할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에서 대법원(Supreme Court)은 고유명사로, 대문자로 표기한다. 소문자로 표기하는 것은 ‘일반 법원’으로 격을 낮춘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또 “관세는 의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 없다”며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 없는 결정에 따라 장난을 치려 한다면 최근 합의보다 더 높은 관세, 그보다 더 나쁜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연방대법원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25전쟁 중 이었던 1952년 철강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자,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이를 행정명령으로 강제 접수하려 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은 의회 동의 없이 민간 자산을 압류할 수 없다”며 이를 무효화했다. 1974년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행정 특권을 주장하며 특검에 백악관 녹음테이프 제출을 거부하자, 대법원이 8대0 만장일치로 제출을 명령했다. “행정특권은 인정되지만 절대적 권한은 아니다, 대통령도 법 앞에 예외가 없다”는 취지였다. 닉슨은 판결 16일 만에 사임했다. 미국 역사상 재임 중 사임한 첫 대통령이었다.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졌을 당시엔 재임 중 민사소송을 미룰 수 있는지를 판단받았는데, 9대0 만장일치로 “재임 중이어도 사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은 진행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2020년 트럼프 집권 1기에 어진 개인 세금 사건에서 대법원은 “현직 대통령도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형사 소환에 응해야 한다, 대통령도 적대 면책 된다는 헌법상 근거는 없고 건국 이후 관행도 없다”고 일침했다.

2023년에는 바이든 정부의 4000억달러 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을 무효화했고, 2024년에는 법률 해석이 모호할 때 법원이 행정기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셰브론(Chevron) 원칙’을 폐기해 백악관 등 행정부 기관의 법령 해석권을 크게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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