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광이지만 ‘관세 더비’는 못 즐겼다”

박강현 기자 2026. 2. 25. 0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립 라포르튠 주한캐나다 대사
24일 만난 필립 라포르튠 주한캐나다대사는 북한의 러·우 전쟁 파병에 대해 “북한군이 전장 경험을 쌓는 것,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정보와 기술 등은 한반도 평화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최근 폐막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아이스하키 남녀 대표팀 모두 결승 연장 끝에 미국에 석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 발언과 관세 부과 등 양국의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려 두 경기는 ‘관세 더비’로 불리며 큰 관심을 모았다.

24일 서울 중구 캐나다대사관에서 만난 필립 라포르튠(50) 주한캐나다대사는 “생중계로 경기를 챙겨봤다”며 “즐겼지만, 못 즐겼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전통 강호 몬트리올 캐나디언스의 연고지 출신으로, 스스로를 “아이스하키 광(die-hard fan)”이라 소개할 정도다. 올림픽 결과에 대해 그는 “여자 대표팀은 ‘언더도그(underdog·약체)’였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남자 대표팀 패배는 가슴 아팠다.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많이 놓친 게 ‘카르마(업보)’가 돼 돌아왔다”면서도 “미국에 축하를 보낸다”며 ‘스포츠 정신’을 잊지 않았다.

작년 9월 한국에서 임기를 시작한 라포르튠 대사는 캐나다 국방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유엔(UN)군사령부와 나토(NATO) 관련 업무 등을 맡았고, 주유엔 캐나다대표부와 캐나다합동작전사령부(CJOC)에서도 일했다. 한국 대사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캐나다 외교부 정보국장을 지냈다.

‘안보·정보통’인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4주년을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 진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반도를 유럽의 전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미 70여 년간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긴장의 연료를 붓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전장 경험이 북한군에 쌓이는 것”이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는지도 핵심 변수”라고 했다.

라포르튠 대사는 또 최근 주한러시아대사관이 서울 대사관 건물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써있는 대형 현수막을 내건 것을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곳에는 걸지 않고 서울에만 내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외교부가 러시아 측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중요한 조치였고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트럼프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관계는 정부 대 정부를 넘어 국민·가족·지역이 엮인 관계”라며 “양국이 하고 있는 각종 협상은 진통이 있겠지만, 두 나라의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고 했다.

라포르튠 대사는 한국을 “신뢰할 수 있고(reliable), 가치관이 비슷하며(like-minded), 믿을 만한(trustworthy) 파트너”라고 규정하며 양국 간 안보·경제 협력을 최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 ‘팀 캐나다 무역 사절단’이 2024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방한하고 이번 주에는 양국 외교·국방 장관회의가 캐나다에서 열린다”며 “우리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필립 라포르튠 주한캐나다대사가 서울 캐나다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현재 한국 방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에 대해서도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이번 사업에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경쟁 중이다.

라포르튠 대사는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계약을 하면 제때, 제 가격에, 심지어 일정보다 빨리 납품한다는 확신이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잠수함 사업 수주와 상관없이 한국과 캐나다는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에너지, 핵심광물, 우주산업 등 캐나다의 강점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는 6월 미국 및 멕시코와 공동 주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선 “한국이 2002년에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을 때 4강에 갔다”며 “마음 한켠에는 우리도 그 정도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 캐나다와 한국 중 누가 더 멀리 갈지 지켜봅시다.”

인터뷰 말미 라포르튠 대사는 덕수궁 돌담길 이야기를 꺼내며 활짝 웃었다. 캐나다대사관이 위치해 있는데, 그는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운 거리”라고 했다. “가끔 커플들이 찍는 애정 넘치는 사진에 저도 모르게 배경으로 들어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명동 근처에 있는 관저에서) 걸어서 출퇴근하는데, 이 자체가 서울이 얼마나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시인지 보여줍니다. 서울에서 자주 걷다보니 살이 좀 빠진 것 같더라고요. 아내가 아주 좋아합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