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붓끝…완성보다 오늘의 예술을 그리다

안현 2026. 2. 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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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겨울은 유난히 춥다.

미술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고, 지역 예술가로 살아남는 일은 여전히 고단하다.

정기적인 시험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매일 작업실을 지키며 캔버스 앞에 앉는 예술가들의 성실한 '예술의 하루'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는 지역에 뿌리 내리고 매일 작업을 이어가는 예술가들의 현재를 담담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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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의 자리’ 27일 개막
민미협 춘천지부, 30명 참여
작업 과정 집중·지역성 의미 성찰
▲ 송선례 작 ‘염원2’

예술가에게 겨울은 유난히 춥다. 미술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고, 지역 예술가로 살아남는 일은 여전히 고단하다. 하지만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대엽 작가는 화장실 한구석 작은 시루에서 기어코 꽃을 피워낸 철쭉과 문 옆 모퉁이를 며칠째 지키는 거미 한 마리를 목격했다. 그의 말처럼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지만, 모두 잘 버텨내고 결국 봄을 맞을 것”이다.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춘천지부가 2026 시민소통전 ‘다시, 시작의 자리’를 오는 27일부터 내달 4일까지 춘천 문화공간 역에서 연다.
▲ 신대엽 작 ‘그릇’


전시에는 강선주·김세엽·김승혜·김영숙·김순옥·김효영·류정호·박미란·박종혁·서숙희·신대엽·신승복·신윤자·신정민·안성환·윤명식·이봉수·이완숙·전수민·조임옥·지은수·최은교·최선아·황효창(춘천지부)과 송선례·이수환·이영애·이진영·윤영복·허남용(초대작가) 등 총 3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한 해의 시작과 개강의 생기가 교차하는 2월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왜 지금, 이 지역에서 예술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성과나 완성을 앞세우기보다 작가들이 서 있는 현재의 위치와 작업을 대하는 태도,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기적인 시험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매일 작업실을 지키며 캔버스 앞에 앉는 예술가들의 성실한 ‘예술의 하루’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 박종혁 작 ‘빙하2’


전시장에는 작가들이 그려낸 저마다의 세계가 펼쳐진다. 서숙희 작가는 ‘그림자와 빛’을 통해 기댈 곳을 찾는 간절한 마음을 나무 그림자에 투영한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순간에도 우리가 머무는 공간은 마음에 따라 초록의 그늘이 되기도, 빛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방적인 위로가 아닌 서로의 어둠을 아는 이들끼리 주고받는 공감의 온기가 스민다.

송선례 작가의 물고기들은 물속과 숲,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다 한라산 백록담에 머문다. 소란과 분열의 시대를 지나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 숨 쉬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을 담았다. 매번 처음 붓을 드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의 태도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조용한 기쁨이 작품의 정서를 이룬다.

 

▲ 서숙희 작 ‘그림자와 빛’


박종혁 작가의 풍경에는 자연과 인간이 같은 속도로 존재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른다. 서서히 무너져가는 거대한 대지와 그 앞에 놓인 작은 집들은 변화 앞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머묾을 상징한다. 작가는 환경의 변화를 먼 배경이 아닌 삶의 전경으로 끌어내며, 사라지는 것들 곁에 남은 온기를 고요히 기록한다.

전시는 지역에 뿌리 내리고 매일 작업을 이어가는 예술가들의 현재를 담담하게 비춘다. 결과보다 과정을, 완성보다 지금 이 순간 묵묵히 내딛는 발걸음을 보여주려는 작가들의 연대가 담겼다. 개막식은 2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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