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트럼프를 움직일 전략, ‘감사하는 한국’
양국 정상간 신뢰 부족도 원인
美 건국 250주년과 평화봉사단
한국 파견 60주년 활용해보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언론에 준 ‘뜻밖의 선물’이 있다. 한국은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약 200개 국가의 앞줄에 설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그에 걸맞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 일간지 1면에서 세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외교·안보 기사를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전쟁이 터지고, 북핵 문제가 불거질 때만 미국과 일본을 들여다보는 식”이라는 자조도 있었다. 방송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 소모적인 국내 정치가 머릿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한국 언론을 일거에 바꿔놓은 인물이 트럼프다. 미국 대통령이라고 믿기 어려운 언행, 특히 재취임 후 쏟아낸 파격적 정책과 파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만 해도 1면에 실리는 국제 뉴스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트럼프가 한국 언론의 국제 뉴스 보도 비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직업적인 이유로 매일 트럼프를 주시하는데,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와 한국 대통령의 관계가 신경 쓰인다. 트럼프 1기 때 그의 카운터파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숱한 증언처럼 두 사람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트럼프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살아 있을 때 중요한 한반도 문제를 아베와 상의했다. 그에게 문 전 대통령 험담을 하기도 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과 같은 좌파 진영의 이재명 대통령이 등장한 탓일까. 두 정상은 아직 두 차례밖에 만나지 못했다. 양국 정상 간 신뢰가 충분히 쌓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난해 경주 APEC 당시 트럼프가 국빈으로 방한하면서 기자단에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은 것은 미묘한 기류를 시사한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한미 간에는 ’25% 관세' 문제에 이어 한미 연합 훈련을 둘러싼 이견이 돌출되고 있다. 통상에 이어 안보 문제에서도 균열이 커지는 형국이다. 양국 지도자 간 신뢰 부족 상태에서의 이 같은 흐름은 단발성 마찰을 넘어 구조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미일 동맹의 결속을 과시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성향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는 누구보다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각국의 ‘성의 있는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그가 관심을 쏟는 이벤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의 지원으로 국가 존립 위기를 넘긴 역사를 환기하며 미국 건국 250주년을 진정성 있게 축하한다면 생각지 못한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한국 파견 60주년이 되는 해다. 미 평화봉사단은 1966년부터 1981년까지 단원 2000여 명을 보내 한국 근대화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중소 도시와 농촌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공중보건과 지역 개발 분야에서 헌신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이태식 주미 대사의 건의를 계기로 평화봉사단원의 한국 재방문 초청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확장해보면 어떨까. 미국 건국 250주년과 평화봉사단 한국 파견 60주년을 연결해 의미 있는 행사를 갖고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감사하는 한국’ 이미지를 미국 조야(朝野)에 확산시키면 원만한 관계를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을 감동시키는 이런 시도는 통상과 안보를 둘러싼 파고를 넘는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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