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한국 ‘재래식 군사력 5위’ 통계의 맹점을 똑바로 보자
병력의 양과 질, 정신력 열세… 한미연합훈련 축소 오판 말아야

3년째 희망 고문이다. 미국 민간 군사력 평가 매체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2026 군사력 랭킹’ 보고서에서 “한국은 GFP 지수에서 세계 5대 군사 강국”이라고 발표했다. 재래식 군사력 평가 대상 145개국 중 3년 연속 5위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이다. GFP 순위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이양받기 위한 명분이자 자주국방 정책의 토대로 인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스스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은 진정 5대 군사 강국인가? 5위 군사력의 실(實)과 허(虛)를 꼼꼼히 들여다보자. 안보와 자주국방의 논거이기 때문이다. GFP는 2005년부터 병력 규모, 국방예산, 무기 보유량 등 60여 지표로 순위를 매긴다.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은 산정 기준에서 제외한다. 전투기, 전차 등 전통적인 재래식 전력의 수량과 질이 기준이다. 한국은 견인포 4400문(세계 2위), 자주포 3270대(3위), 호위함 17척(3위), 예비군 310만명(2위) 등 화력과 동원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 군사력 5위 통계의 맹점은 현대전 전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군사력 평가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군사력 통계 발표를 토대로 광고와 후원을 받는 GFP는 20세기 기준으로 21세기 군사력을 평가한다. 1·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당시 전력의 평가 기준은 군인 수, 포와 전투기 같은 재래식 무기였다. 하지만 작금의 전쟁은 차원이 달라졌다. 드론과 미사일이 하늘 국경을 무력화시킨다. 5위 군사력의 한국 해군은 항모와 핵 잠수함이 없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이지스함은 1척뿐이다.
GFP 기준을 따르면 2위 러시아가 20위 우크라이나를 4년째 항복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강한 저항 의지로 뭉친 우크라이나군과 경제적 보상으로 입대하여 용병 기질이 다분한 러시아군 간의 전쟁은 현대전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둘째,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 순위는 반쪽짜리 군사력 통계다. 21세기 전장에서 핵무기를 제외한 전력 추계는 가상현실 게임에서나 유효하다. 상위 5개국 중 게임 체인저인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뿐이다. 장기판에서 차·포를 빼고 승부를 가르는 격이니 5위 군사력은 의미가 없다.
반면 북한 전력의 핵심인 핵무기는 급증 추세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6월 북한의 핵탄두 수를 50기로 추산했다. 국방연구원(KIDA)은 2025년 기준 북한의 총 핵무기 수량을 150기로 추정했다. 2030년이면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로 올라선다고 한다.
북한 군사력은 지난해보다 세 계단 상승한 31위다. GFP는 북한의 공식적인 군사력은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고 장비 및 병력의 규모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18개월 복무 기간의 한국군과 120개월 복무의 북한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남북한 순위 비교는 무의미하다. 한국이 세계 방산 수출 4위지만 재래식 군사력도 비례해서 5위라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전투 영상 기록물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5/chosun/20260225065928139nhnl.jpg)
독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명저 ‘전쟁론’에서 “전투력은 정신적 요소와 물리적 요소로 구성되지만 전투를 결정짓는 요소는 정신적 전투력”이라고 했다. 무형의 사기 등이 유형의 물리적 요소보다 중요했던 사례는 세계 전쟁사에서 비일비재하다. 현재 한국군은 인구 감소로 인한 병력 질과 양의 저하, 간부들의 사명감과 역량 하락, 장기적인 평화 기조로 유약한 문민주의 확산 등으로 정신적 전투력은 높지 않다. ‘당성’으로 똘똘 무장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경험한 실전 경험과 핵무기를 제외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셋째, GFP는 군사력은 상대적이라는 속성을 무시한다. 한국이 세계적인 군사 강국 평가를 받아도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국한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북아에 4대 군사 초강대국들의 군사력 밀집도는 과밀 이상이다. 4대 강국의 동북아 전력 배치 지도는 5위 순위를 초라하게 만든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외에 7위로 발표된 일본의 군사력도 만만치 않다. 금년 국방 예산 65조원의 한국 재래식 군사력이 85조원 규모인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쟁 가능’ 국가로 개헌이 이뤄지면 일본 군사력 증강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차관이 방한해 한국의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을 강조했다. 한국이 ‘북한 억제의 1차 책임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서 미국은 한발 물러섰다. 근거는 한국이 재래식 군사력 5위다. 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이라고 이해하는 자주파들은 콜비의 인식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미국의 후퇴가 한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리 목적의 GFP 통계에 대한 무조건 신뢰는 금물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군사력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핵무기 증가 등으로 군사력 평가에 한계가 있어 2007년 이후 중단했다. 여타 국가나 기관들 역시 군사력 추계의 복잡성으로 군사력 순위 발표를 중단했다.
기계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재래식 군사력 순위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과도한 인용과 정책 근거의 활용은 금물이다. 특히 정치적 활용은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군사력 5위는 의미 있는 성과이나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순위표가 아니다. 핵·재래식 통합 군사력 비교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핵무기를 포함한 총체적 전력과 확고한 정신적 전력에 기반한 종합 군사력 평가가 나와야 한다.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직접 운전한 핵무기 장착 600㎜ 초대형 방사포(KN-25)는 남한 전 지역이 사정권이라는 평양발 뉴스가 작금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미국 장비와 병력이 이미 도착한 상황에서 한미 연합 훈련조차 국방장관이 항의하는 등 불협화음을 보이는 사태는 누구를 의식한 것인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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