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한민국] 서울 아파트 60%가 20년 넘은 ‘노후’… 재건축 속도전으로 공급 늘려야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2026. 2. 2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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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만호 중 10년 미만은 19%뿐
30년 넘은 아파트가 27%에 달해
재건축·재개발이 유일한 공급수단
정비사업 멈추면 임대 아파트도↓
/그래픽=양진경

서울 도심은 재건축으로 분주하다. 을지로와 서울역 주변을 중심으로 30층이 넘는 대규모 오피스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5층 이하 낡은 건물들로 가득하던 도심의 옛 풍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31년까지 서울 시내에 약 214만평 규모의 신규 오피스가 공급되고, 이 가운데 약 52%(111만평)가 사대문 안쪽 도심에 집중될 예정이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임차인 유치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임대료는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서울 아파트들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현황에 따르면 전체 아파트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79만호다. 이 가운데 107만호(60.3%)는 준공 20년을 넘으며 시장에서 ‘노후 아파트’로 분류된다. 30년 넘은 아파트 비율은 27.1%이고, 도봉구(52%)·노원구(58.3%)는 이런 구축 아파트가 과반이다.

◇도봉구·노원구는 ‘노후’ 90% 이상

신축 또는 준신축으로 분류되는 10년 미만의 아파트는 19%에 불과하다. 2021년 50%를 넘긴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비율은 3년 만에 60%를 돌파했다. 서울 주거 환경이 ‘급속 노화’하고 있다.

구별로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도봉구와 노원구는 신축 공급이 거의 중단되면서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양천·금천·강북·관악구 역시 70% 수준이다. 반면 강동·은평·강남구의 경우 5년 미만 신축 아파트 비율이 크게 올라갔다. 특히 강동구의 경우 2017년 1.4%에 불과했던 신축 아파트 비율이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2024년 32.6%로 급증하며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됐다. 2017년부터 2024년 사이에 강동·송파구는 대규모 재건축 완료 덕에 노후화율이 감소했고, 강남·서초구는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 통계는 재건축 사업의 실현 여부가 지역별 주거 환경 격차를 더 뚜렷이 만드는 현실을 보여준다.

2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주거 환경에 대한 욕망은 높아진다

시대가 변해도 소득 수준에 걸맞은 주거 욕망은 그대로다. 소득이 증가하면 요구 사항도 높아진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8000달러 수준이던 1990년대 초반에는 넉넉한 지상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면 충분했다.

2024년 GNI는 3만6745달러로 30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 아파트 소비자는 지상이 차 없는 공원이어야 하고, 수영장과 전용 식당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완비된 곳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신축은 희소해지고 있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감소하면 당연히 시장 가격이 상승한다.

서울 시내 아파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2000년대에 공급된 것이다. 2000년대는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했다. 당시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제 20년을 넘어 노후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원활한 정비 사업이 모두의 주거 안정

서울은 거의 모든 지역이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 신규 아파트 공급은 어렵다.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 사업이 거의 유일한 공급 수단이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잦은 정책 변화가 정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막고 있어, 계획대로 새로운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서울 아파트의 노후화는 시민들 삶의 질 저하와 주거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화려한 신축 오피스 빌딩들이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동안, 시민들의 보금자리는 녹물과 주차난, 낡은 배관의 위협 속에 갇혀 있다.

정비 사업은 거대 도시 서울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갱신하는 ‘신진대사’다. 정비 사업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고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2026년 서울 아파트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충분한 주택 공급을 위한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활한 정비 사업은 중산층과 서민 모두의 주거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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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공사비 상승으로 공급 막힌 영국... 서울도 닮은꼴

영국 런던 쇼핑가 나이츠브리지에 있는‘원 하이드 파크’아파트.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런던 부동산 중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

주택 노후화와 신규 주택 건설 부진은 선진국 대도시들이 겪는 문제다. 영국 런던이 대표적이다. 런던 주택개발 조사기관 몰리오에 따르면, 2025년 1~9월 런던에서 착공된 신규 주택은 3248호. 연간으로 환산하면 4331호로, 정부 목표(8만8000호)의 5%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2027~2028년 완공되는 신규 주택은 9100호에 그칠 전망이다. 1946년 이후 8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공급 감소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건설비 상승이다. 팬데믹 이후 5년간 건설 원가가 34%나 치솟았다. 서울에서 아파트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어서며 재건축 사업성이 흔들리는 상황과 닮아 있다. 둘째, 수요 위축이다. 런던 신규 분양 시장을 떠받치던 해외 투자 수요가 브렉시트와 세제 강화 이후 급감했고, 금리가 4~5%대로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도 감소했다. 현재 런던에는 판매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가 3678호 쌓여 있다.

셋째는 규제 강화다. 2017년 72명이 사망한 그렌펠 타워 화재 이후 제정된 ‘건물안전법(Building Safety Act)’에 따라 6층 이상 건물은 착공 전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23년 이후 접수된 신청 193건 중 평균 9개월이 걸리는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된 것은 15건(7%)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개발 업체들은 도심 고층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10월부터는 주거용 건물 개발 사업자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땅값이 너무 높다. 사업성이 악화돼도 땅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 늘고 있다.

지난 20년간 런던은 서울과 유사한 개발 모델을 따랐다. 땅값은 계속 오른다는 기대 아래 해외 수요자를 중심으로 선분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개발 이익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이 구조가 깨지면서 전반적인 공급이 감소하는 것은 우리와 닮은꼴이다. 주택 공급 확대 의지와 구호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런던 사례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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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3년 만에 두 배... 완공까지 40개월 걸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970년대에 지어진 강남 1세대 아파트의 상징이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 사업은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모델 아래 추진돼 왔다. 기존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조합원이 일반 분양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큰 부담 없이 신축 주택에 입주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공식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와 금융 비용의 급상승이다. 2021년만 해도 정비 사업지 아파트 공사비는 3.3㎡당 약 480만원이었고 금리도 2%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는 평균 800만~1000만원에 이르며, 금리도 4% 수준으로 올라 조합원 부담이 너무 크다.

공사비 급등 배경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건설 노동자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안전 관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노동시간 단축까지 겹쳐 착공 후 3년 입주는 옛말이다. 최근 입주한 주요 신축 단지는 평균 40개월에 달해, 그만큼 금융 비용 부담도 커졌다. 다만 2025년 기준 세계 100대 도시 가운데 서울의 건설 공사비 수준은 72위로 아직은 저렴한 편이다. 선진국 대도시와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며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래픽=양진경

서울 강남권의 경우 조합원이 분담금 10억원을 감수하더라도 신축 아파트를 통한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비강남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분담금을 부담할 능력이 부족한 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도 있어 정비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비 사업이 멈추면 신축 공급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의무 공급되는 임대 아파트도 사라지면서, 집이 가장 절실한 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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