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긁다 지친 사람들…멈추게 하는 신호 따로 있었다

최승욱 2026. 2. 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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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연구팀, 2월 생물물리학회 발표…가려움 정지 회로 단서 제시
팔을 긁고 있는 여성. 긁기를 멈추지 못한다면, 이는 몸의 신호가 작동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려운 곳을 긁다 보면 대개 어느 순간 저절로 손이 멈춘다. 이는 가려움이 완전히 가시거나 가려움을 참아서가 아니라 몸 안에서 "이제 충분하다"는 신호가 보내지기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신호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긁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긁기를 멈추지 못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고 평가된다.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로베르타 과달다니 교수팀은 2026년 2월 21~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70회 미국 생물물리학회(Biophysical Society) 연례학술대회에서 긁기를 멈추게 하는 신경 회로의 단서를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내용은 과학 보도자료 플랫폼 유레카얼러트(EurekAlert!)를 통해 공개됐다.

학회 발표 단계 연구는 정식 학술지 검증을 거치기 전이어서 추가 연구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연구가 풀지 못한 '멈춤의 이유'

가려움 연구는 그동안 왜 가려운지에 집중돼 있었다. 피부 염증이나 면역 반응 등 원인은 많이 밝혀졌지만, 환자들이 실제로 더 힘들어하는 것은 왜 멈추지 못하는지였다.

연구팀은 TRPV4라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피부와 신경에 존재하며 온도·압력·통증 등 다양한 감각 전달에 관여한다.

감각신경에서만 이 단백질을 제거한 쥐를 만든 뒤 만성 가려움 상태를 유도했더니 긁는 횟수는 줄었지만 한 번 긁기 시작하면 훨씬 오래 멈추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를 긁기를 멈추게 하는 피드백 신호가 약해졌기 때문일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즉 가려움을 느끼는 회로와 별도로 멈추는 회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긁기를 멈추게 하는 신경 회로 단서

긁을 때 느끼는 시원함은 단순한 피부 자극 때문만은 아니다. 자극이 신경을 통해 척수와 뇌로 전달되면서 여러 감각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반복되는 긁기 자극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멈추라는 신호가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결과는 쥐 실험 단계이며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토피 습진 환자 피부 모습. 긁기를 멈추게 하는 신경 회로의 단서가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토피 환자에게 중요한 이유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환자들은 밤마다 가려움으로 잠을 자기 힘들다. 긁지 말라는 조언을 들어도 실제로는 참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이런 행동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생리적 메커니즘과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치료 전략 역시 가려움 자체를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멈춤 신호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추가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다만 왜 멈추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이 답변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가치는 있다.

[밤 가려움에 대한 독자 질문]

Q1. 밤이 되면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1. 밤에는 체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고 피부 수분이 낮 동안보다 줄어들면서 가려움 신호가 더 강하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 자극이 줄어들어 작은 피부 감각에도 집중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밤에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도 이러한 생리적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2. 긁지 말아야 하는데 왜 멈추기 어렵습니까?

A2. 가려움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신경과 뇌가 관여하는 감각 반응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조절하기 어렵습니다. 긁는 순간 통증 자극이 가려움 신호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되고, 이 경험이 반복되면 행동이 강화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긁기를 멈추게 하는 별도의 신경 신호가 존재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Q3. 가려움이 계속되면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까?

A3. 아토피피부염, 건선, 접촉성 피부염 같은 피부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피부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부 질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간 질환, 신장 질환, 갑상선 질환, 당뇨병 등이 전신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원인 없이 오래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피로감 등이 동반되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Q4. 긁지 않고 버티는 것이 항상 좋은가요?

A4. 무조건 참는 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심한 가려움은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다만 반복적인 긁기는 피부 손상과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보습제 사용, 냉찜질, 손톱을 짧게 유지하는 방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치료를 통해 가려움 자체를 줄이는 접근이 요구됩니다.

Q5. 병원에 가야 할 상태는 무엇일까요?

A5.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려움이 지속되거나 온몸에 원인 없이 가려움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피부 발진, 황달, 체중 감소, 부종 등이 함께 나타나면 내부 질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시작된 심한 가려움이 수 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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