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림픽 돌아와 같은 헬멧 쓰고 금 딸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년을 앞두고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는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들고 선 한 선수가 전 세계의 시선을 붙들었다. 전쟁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기리기 위해 ‘기억의 헬멧’을 착용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은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우크라이나)다.
헤라스케비치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며 “나는 스켈레톤을 깊이 사랑한다. 올림픽 무대로 돌아와 같은 헬멧을 쓰고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30년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헤라스케비치는 전쟁으로 숨진 24명의 우크라이나 선수 얼굴을 헬멧에 담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그들 중 다수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한때 올림픽을 꿈꿨던 이들”이라며 “나는 영웅이 아니다. 헬멧 속 인물들이 진짜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자유훈장’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프로축구 샤흐타르 도네츠크 구단주 리나트 아흐메토프는 우크라이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지급되는 포상금과 같은 액수인 20만달러를 기부했다.
IOC는 올림픽 헌장 제50조를 근거로 경기장 내 정치적 표현을 금지한다며 헤라스케비치를 실격 처리했다. 그는 “내 헬멧에는 폭력적 이미지도, 국기도, 정치적 상징도 없었다. 단지 선수들의 얼굴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헤라스케비치는 IOC에 우크라이나 스포츠 시설을 위한 발전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아닌 국민과 선수들을 위한 지원이었다. 올림픽 가치인 평화와 연대에 부합하는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실격 통보를 받았다.
헤라스케비치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멈춰라’라는 문구를 들고 나섰다.
올림픽 메달을 눈앞에 두고 꿈을 내려놓았지만 그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인생 최고의 몸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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