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디바 아닌 ‘인간 마리아’…소프라노 정희경이 말하는 모노 오페라 ‘라 칼라스’

정수민 2026. 2. 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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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디바'가 아닌 '인간 마리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디바 '칼라스'의 삶 주목대구 공연서는 침묵·호흡의 순간 더 길게▶칼라스의 삶을 모노 오페라 형식으로 그려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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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정희경 인터뷰

내달 4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

세계 여성의 날 주간에 열려 의미 더해

모노 오페라 라칼라스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소프라노 정희경. <본인 제공>
소프라노 정희경. <본인 제공>

"'신화 속 디바'가 아닌 '인간 마리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오르페움 제작의 모노 오페라 '라 칼라스'가 오는 3월4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20세기 전설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삶과 음악을 오페라 속에 녹여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추진하는 '2026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UN에서 제정한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이 있는 주간에 선보인다. 이날 무대 위 '칼라스'를 연기하는 소프라노 정희경의 목소리로 작품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노 오페라 라칼라스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한 인간으로서의 디바 '칼라스'의 삶 주목

대구 공연서는 침묵·호흡의 순간 더 길게

▶칼라스의 삶을 모노 오페라 형식으로 그려낸 이유는.

"칼라스의 삶은 결국 '혼자 서는 운명'이었습니다. 수많은 박수 갈채 속에서도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였죠. 그래서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전통 오페라보다, 한 인물이 자신의 내면과 기억, 음악 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하는 모노 오페라 형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작품에 '소프라노 정희경'의 삶이 투영된 부분이 있다면.

"칼라스는 제게 예술가로서 존재 이유를 묻는 상징입니다. 무대 위에서는 신화적 존재였지만, 무대 밖에서는 사랑과 외로움, 자기 의심 속에 살았던 한 인간이었지요. 저 역시 엄마이자 아내, 교육자, 그리고 성악가로 살아가며 여러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애써 왔습니다. 이에 무대의 영광 뒤에 숨은 고독, 완벽을 향한 집요함, 그리고 예술과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여성의 모습에 제 경험을 녹여 냈습니다."

▶대구 공연에서 강조한 포인트는.

"작품에서 칼라스의 화려함보다는 그 안의 '균열'과 '상처'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를 흉내내기보다 한 여성이 자신의 기억을 더듬 듯 그 삶을 살아내려 했죠. 특히 이번 대구 공연에서는 침묵과 호흡의 순간을 더 길게 배치했습니다. 그 빈틈을 관객들이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채우길 바라면서 구성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아리아를 꼽는다면.

"도니체티의 오페라 'Lucia di Lammermoor' 중 'Il dolce suono'입니다. 작품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순간인데요. 흔히 '광란의 장면'으로 불리며 사랑과 상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상태에서 한 여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화려한 기교와 고음의 콜로라투라 창법 속 깊은 고독과 절망을 표현해 인간의 가장 연약한 지점을 보여줍니다."

모노 오페라 라칼라스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해외 주요 도시 매진...뉴욕서 첫 기립박수

미숙해도 제 목소리 잃지 않는 것 중요해

▶뉴욕, 도쿄와 같은 해외 주요 도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는데.

"뉴욕 공연에서 (공연장) 개관 이후 처음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해외 관객들이 공감한 지점은 '사랑받고 싶었던 한 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과 열망은 보편적인 감정이니까요. 커튼콜 후 한 관객이 찾아와 "나도 아이 때문에 학교에서 전화를 받았던 경험이 떠올라 공감됐다"고 말해주신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공연은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주간에 열려 의미가 남다르다.

"칼라스는 시대가 요구한 여성의 틀을 넘어서 사랑과 커리어, 사회적 시선과 자신의 욕망 사이 끊임없이 선택해야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위대한 여성이기 전,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흔들려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하고 싶습니다."

▶중견 예술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한 인간의 삶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또한 후배들에게 누군가를 닮는 것보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 아내, 선생님, 그리고 소프라노라는 서로 다른 이름들이 하나의 삶으로 조화롭게 존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