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7시간 동안 쿠팡 대표 증언 청취…‘301조 조사’ 활용되나

미 의회 첫 쿠팡 관련 공식 조사
공개 청문회·입법 가능성 대해
법사위 측 “모든 게 열려 있다”
한·미 통상 관계에 악영향 우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이 한국 규제당국의 미 정보기술(IT) 기업 차별을 조사하겠다며 개최한 비공개회의에 출석했다. 미 의회가 쿠팡 사태와 관련해 대표를 소환하고 공식 조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후 대대적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예고한 와중에 쿠팡 사태가 한국의 통상 환경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전 워싱턴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출석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 예정인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대답하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오후 5시까지 7시간가량 진행됐다. 점심시간을 넘겨 증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에 샌드위치 도시락이 반입될 정도로 조사가 장시간 이뤄졌다. 조사는 법사위 의원실 보좌진과 변호사 등이 이끌었으며, 공화당과 민주당 측이 1시간씩 번갈아가며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화당 소속 짐 조던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에게 보낸 소환장에서 “쿠팡의 전직 직원이 민감하지 않은 고객 정보를 유출한 사건 이후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막대한 벌금을 촉구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규제기관들이 미 기술 기업을 표적 삼아 차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시민에 대한 형사처벌 위협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원 법사위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조사가 공개 청문회 및 입법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쿠팡 외 다른 기업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선택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후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301조는 미 기업에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행위·정책·관행 등을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이 통상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이다. 상한 없는 관세 부과, 수입 쿼터 등 조치를 할 수 있다.
301조 조사 대상에 한국 등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로저스 대표의 의회 증언이 미 기업에 대한 차별 증거 중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부당하고 차별적인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는 통상 이슈와는 별개로, 한·미 간 외교 사안으로 비화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원 법사위 대변인도 의회 차원의 이번 조사가 행정부의 301조 조사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그건 알 수 없다”며 301조 조사는 행정부 소관 사항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포터 쿠팡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는 의회 증언 이후에 낸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의 의회 증언을 초래한 한국에서의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건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 넓게 쿠팡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양자 경제 관계 개선을 돕고, 안보 동맹을 강화하며 양국 모두에 도움 되는 무역과 투자를 가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글·사진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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