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힘 실어주려던 EU, ‘친러’ 헝가리에 또 막혔다
러·우 전쟁 4주년 맞아 계획했지만
석유 분쟁 이유 들며 반대표 행사
유럽연합(EU)이 헝가리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안과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채택하는 데 실패했다. 종전 협상에 진전이 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제재안 등을 통과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려던 EU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EU가 통과시키려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유로(약 153조원) 규모의 긴급 대출금 지원안, 러시아 에너지·무역 부문을 압박하는 방안이 포함된 제20차 러시아 제재안이 헝가리의 반대표 행사에 가로막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이는 우리가 오늘 전하고 싶지 않았던 메시지이자 좌절이지만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900억유로를 조달해 전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2년간 무이자 대출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 3개국은 대출금 이자 비용과 상환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하고 이 결의에 반대하지 않았다. 제20차 대러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뒷받침하는 해상 서비스 전면 금지 등이 담겼다. 이러한 EU의 지원·제재 통과에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와 석유 분쟁을 이유로 딴지를 걸며 태도를 바꿨다. 친러 성향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는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러시아 동부에서 중유럽으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월 러시아의 공격으로 드루즈바 송유관 설비가 파괴됐다며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부러 복구 작업을 늦추고 있다며 석유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EU의 지원안 등에 반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헝가리는 과거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패키지 이행을 지연시키거나, 러시아 제재의 핵심 조항을 뒤집으려 하는 등 EU의 결정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곤 했다. EU 외교 수장들은 “헝가리가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고 있다”(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 등 헝가리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4년이 되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은 결국 빈손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폴리티코는 “지원 패키지를 공들여 준비해온 EU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헝가리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등이 키이우에 도착해 전할 수 있는 것은 애도의 뜻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시기에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방비 등 예산 부족을 피하려면 올봄까지는 EU의 지원 패키지 자금 집행이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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