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에디터의 회사 근처 미용실 원장은 말했다. "얼굴은 안 돼도 머리는 됩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정확한 말이다. 얼굴은 타고나는 영역일지 몰라도, 머리는 선택의 영역이다. 2026년 가장 아름다운 헤어는 세팅된 완벽함이 아니라 무심한 흐트러짐에 있다. 공들인 티 대신 살아 있는 결. 지금의 스타일은 '얼마나 꾸몄는가'보다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묻는다.
머리는, 된다.



결국 헤어다. 아무리 정교하게 테일러링된 재킷을 걸치고 완벽한 백을 들어도, 정수리부터 끝단까지 빳빳하게 세팅된 머리를 마주하는 순간 룩의 긴장감은 무너진다. 촌스러움은 대개 '과함'에서 오고, 세련됨은 '덜어냄'에서 온다. 결국 스타일의 마지막은 헤어에서 결정된다. 얼굴은 안 될 수 있어도, 머리는 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슥 묶어 올린 것뿐이라는 착각
진짜 멋쟁이들은 거울 앞에서 한 시간씩 드라이기를 붙잡고 있지 않는다. 손가락을 빗 삼아 슥 넘긴 뒤 무심하게 묶은 번(Bun), 낮게 내려 묶은 포니테일. 그 사이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잔머리가 룩 전체의 온도를 낮춘다. 인위적인 컬이 아니라 중력과 바람이 만든 흐름을 그대로 두는 것, 그것이 가장 시크한 방식이다.
슬릭 번의 긴장이 물러나고, 이제는 메시 번의 여백이 자리한다.





만지지 않을 때 살아나는 결
머리카락을 너무 많이 만지는 순간, 특유의 생명력은 사라진다. 샴푸 후 툭툭 털어 말린 그대로의 질감, 혹은 자고 일어나 적당히 부스스해진 그 상태가 때로는 가장 완벽한 액세서리가 된다. 옷이 힘을 준 만큼 헤어는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 옷의 소재감이 살고, 사람의 분위기가 선명해진다.





단정한 헤어핀의 미학
최근 해외 인플루언서들은 아주 단정한 헤어핀을 선택한다. 머리를 완벽하게 고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흘러내리는 내추럴한 결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위에 툭 얹어두는 '한 끗'의 위트에 가깝다.
과하지 않은 핀 하나면 충분하다. 누구나 살 수 있는 베이직한 헤어핀 하나로도 감각은 완성된다. 값비싼 장식 대신 균형을 고르는 일. 정돈과 흐트러짐 사이에 조용히 꽂힌 작은 금속 한 조각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한다.



메이크업은 닦아낼 수 있고 옷은 갈아입으면 그만이지만, 헤어의 무드는 하루 전체의 인상을 지배한다. 얼굴은 바꿀 수 없어도 머리는 된다. 그리고 그 '되는 머리'의 핵심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있다. 오늘 당신의 머리카락이 지나치게 고요하다면, 손가락으로 가볍게 흐트러뜨려 보자. 시크함은 바로 그 틈새에서 시작된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