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판결문에 적시된 언론탄압

강아영 기자 2026. 2. 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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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尹 1심 무기징역 선고 의미와 파장
언론사 단전·단수, 군인에 억류된 기자 등 기록

재임 기간 내내 언론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탄압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내란 우두머리죄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본인을 비판하는 언론을 고소·고발과 압수수색, 징계 남발로 길들이려 했고, 2024년 12월3일 밤 그 적대감을 국가 권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구체화시켰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방대한 분량에 걸쳐 내란의 민낯을 낱낱이 기록했다. 그 중엔 특정 언론사를 향해 단전·단수 지시를 내리고, 취재 중이던 기자가 군인에게 붙잡혀 억류당하는 등의 언론 탄압 행위가 고스란히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9일 시민들이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TV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뉴시스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0월1일 대통령 관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언론·방송계, 민주노총과 같은 좌익세력’들에 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하며 비상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포고령 및 계엄 선포문의 초안을 준비했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조치할 ‘5개 언론사 단전·단수’ 등의 사항을 ‘문건’ 형태로 준비했다.

12월3일 저녁, 윤 전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며 이 전 장관에 문건을 보여주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문건엔 ‘24시경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 전 장관은 포고령 공고 직후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을 확인하고,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로 인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로 12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단전·단수 지시가 판결문에 적시된 가운데,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번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모두에 있어 내란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국헌문란 목적과 관련해 “포고령에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그 자체로 이러한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공포된 포고령엔 언론 자유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3조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2조는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고 규정했고 위반자에 대해선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처단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다.

판결문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위도 자세히 기록됐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3일 밤 참모장, 작전처장, 제1경비단장과 회의를 하면서 ‘기자 및 불순분자들의 활동에 대비해 사령부 위병소를 폐쇄·통제하라’고 지시했다. 조 전 청장도 4일 0시경 국관회의와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대변인은 기자 상대로 유언비어 유포를 모니터링 하라’고 지시했다.

재판부는 폭동과 관련해서도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이 무장을 해서 국회로 출동한 행위,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 강제로 침입한 행위, 그 안에 있는 관리자 등과 몸싸움을 한 행위 모두가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엔 당시 군인들이 기자들을 물리적으로 탄압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군인들이 국회 상황을 취재 중이던 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빼앗고 건물 외벽으로 끌고 가 케이블타이로 포박을 시도했던 행위, 국회의사당 내부 침투 과정에서 일부 군인들이 주변에 있던 기자의 촬영용 사다리를 빼앗고 몸싸움을 벌인 행위 등이 적나라하게 기록됐다.

다만 1심 판결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를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 해석한 점이나 비상계엄 시 물리력 사용을 자제했단 점을 감형 사유로 들어서다. 경향신문은 23일자 사설에서 “헌법 77조 1항은 계엄 선포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다”며 “그러나 지귀연 재판부 논리대로 하면 이 제한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지 아닌지를 얼마든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에서 “내란 실패는 국회 앞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찰의 소극적 대응의 결과이지, 윤석열 일당의 자제에 따른 게 결코 아니다”라며 “앞서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는 (내란 실패가) ‘군경의 소극적 임무’와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시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썼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닷새 만인 24일, 1심 결과에 반발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도 23일 내부 회의를 거친 뒤 양형 부당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조만간 항소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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