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부 유출 막고 자금 도는 ‘지역순환경제’ 가치 실현”

이승엽 2026. 2. 24. 19: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사회가치금융 김지영 상임이사 인터뷰
“숫자 대신 관계 믿어…리스크도 연대 관리”
“비올 때 우산 뺏는 금융 민낯…관계 담보돼야”
김지영 <재>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엽기자

경제분야 주요 화두는 '수도권 집중 가속화'와 '자산 양극화'다. 30대 기업 본사의 95%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금융자원 역시 서울과 경기에 쏠려 있다. 대구서 발생한 자금이 지역 내 일자리·주거·돌봄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수도권 부동산이나 대형자본으로 유출되고 있다. 새정부 들어 지역의 부를 지역에 재투자하는 '사회연대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19일 대구 동구 한 카페에서 무한상사사회적협동조합과 더불어 지역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양축을 맡는 <재>사회가치금융 김지영 상임이사를 만났다. 사회적금융 성공 가능성에 강한 확신과 지방 소멸이나 청년 유출과 같은 거대 아젠다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구사회가치금융은 어떤 곳인가.

"대구의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우리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자'는 연대정신으로 설립한 민간주도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다. 사회적기업이 내는 부금으로 운영되는 은행인 셈이다. 다만, 자본 논리가 아닌 사람의 논리로 운영되는 게 시중은행과 다르다. 상호부조 원칙에서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그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상쇄하는 구조다.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자원을 배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도 연대를 통해 함께 관리하는 게 기본 골자다."

▶사회연대경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2003년부터 인권운동에 몸담았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소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하지만, 이들의 삶에 당장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자각했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연대경제를 선택했다. 2011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D) 감염인들을 위한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수익모델은 카페로 현재 직영 매장 8개를 운영 중이다. 카페 내 생산품 제작 및 고용을 통해 감염인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대구사회가치 금융을 설립하게 된 이유.

"오늘날 금융은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역설'에 갇혀 있다. 폭우 속 우산이 절실한 서민에게는 낮은 신용도와 담보 부재를 이유로 우산을 뺏고, 우산을 가진 자산가에게는 더 크고 화려한 우산을 권한다. 이 같은 금융 배제와 선별 현상은 'K자형 양극화' 원인이다. 특히 대구와 같은 지역경제는 부와 인재가 수도권 대형자본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말단부터 괴사하고 있다. 돈이 돈을 키우고, 돈 없는 사람은 고리로 융자를 받는 '약탈적 금융'의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사회적금융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은.

"코로나19 위기 당시 이웃 간 신뢰만으로 대출을 실행한 '동구우애기금' 사례에서 사회적금융의 가능성을 봤다. 2019년 12월 조성된 동구우애기금은 19개 기업이 자발적으로 2억여원을 모아 설립됐다. 수많은 우려에도 무담보·무보증으로 2억원을 대출했고, 전액 상환을 이뤄냈다. 내부의 연대가 시장의 높은 이자비용을 상쇄함으로써 공동체의 생존을 보장한 사례다."

▶현재까지 성과를 평가한다면.

"솔직히 독립법인을 출범시킨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30여개 사회적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시드머니 1억6천만원으로 시작했다. 현재 자조기금 규모가 17억원이니 4년 만에 10배 정도 불린 셈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지원이 없었다. 그래서 놀랍고 안타깝다. 권영진 당시 대구시장이 지방정부에서 매년 5억원씩 지원해 사회금융기금 마중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법이나 제도화를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지방 소멸과 청년 유출에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은.

"지역 부의 유출을 막고 자금이 안에서 도는 '지역순환경제'가 정답이다. 사회적 금융은 자금을 지역 내 자산으로 묶는 핵심 기제다. 재단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안전망이자 청년이 지역에 머물 수 있게 돕는 '인구절벽의 사다리'가 되는 게 목표다."

▶수익성 부재에 따른 재단 운영의 지속성 대책은.

"우리는 자금 지원을 '자금 배분'으로 부른다. 투자하고 원금을 회수해서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발생하는 이익을 공동체 자산으로 다시 쌓고, 실패 아픔을 나누는 연대가 생존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이 효능감을 가지려면 '대수의 법칙'이 성립돼야 한다. 실패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시민만 감내할 순 없다. 복합금융 설계가 필요하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