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단상] 스포츠의 미래는 기술과 함께, 규칙 설계에 달려 있다

양홍위 2026. 2. 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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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뿐 아니라 데이터도 함께 움직였다. AI 기반 '리얼타임 360도 리플레이(Real-Time 360 Replay)' 시스템은 경기 장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즉시 재구성했으며, 수천 시간에 달하는 영상 가운데 중요한 장면을 선별했다. IOC 공식 웹사이트인 olympics.com에는 '올림픽 AI 어시스턴트(Olympic AI Assistants)'가 탑재돼 대중에게 경기 규칙과 기록을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또한 IOC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전용 보안 포털에도 AI 어시스턴트를 배치해, 각국 대표단이 자격 심사나 운영 절차를 모국어로 질의하면 즉시 답변을 제공하도록 했다. 더불어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와 불릿 타임(Bullet Time) 기술은 설상(雪上) 경기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Olympic AI Agenda'를 통해 선수 지원과 공정 경쟁, 기술 접근의 형평성, 대회 운영의 효율과 지속가능성, 관중 경험의 확장, 조직 관리 혁신이라는 방향 아래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칙의 문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그 규칙이 이해되고 적용되는 환경은 기술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태권도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자호구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해 왔다. 전자호구는 일정 압력 이상의 타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점수를 부여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동시에 선수들의 전략도 변했다. 더 큰 동작이나 과감한 공격보다는 센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각도와 위치를 공략하는 방식이 확산되었다. 점수 기준이 수치화되면서 전략은 '득점 효율'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기술은 공정성을 강화했지만, 어떤 동작이 더 가치 있는가에 대한 기준 역시 새롭게 설정했다.

비슷한 논의는 야구에서도 이어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AI 기반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 도입을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기술은 스트라이크 존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인간 심판의 판단 영역을 어디까지 남겨둘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영상 판독과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왔다. 같은 종목임에도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단순한 기술 수준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판단의 최종 주체를 인간에게 둘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에 더 많이 위임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 철학의 차이다.

AI는 결국 데이터 위에서 작동한다. 경기 영상과 선수의 움직임 데이터, 과거의 승패 기록이 축적되고 학습되면서 알고리즘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데이터는 경기 분석을 넘어 스포츠 교육 현장에서도 활용된다. 연령대별 움직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훈련을 설계하고, 부상 위험을 예측해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훈련의 과학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데이터는 과거의 규칙과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기록이다. 과거 경기 방식이 축적된 데이터가 미래의 기준으로 작동할 때, 우리는 무엇을 반복하고 무엇을 강화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판정 기준을 수치화하고, 판단의 일부를 시스템으로 이동시키며, 데이터 축적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간다. 그 결과 스포츠의 규칙 구조는 조금씩 재편된다. 물론 기술은 정확성을 높이고 운영의 효율을 개선한다. 그러나 동시에 경기의 다양성과 예측 불가능성, 인간적 판단의 영역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남는다.

결국 스포츠의 미래는 기술 도입의 속도에 달려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개입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어떤 기준과 원칙을 세우느냐이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지만, 그 도구가 작동하는 규칙은 우리가 설계한다. 스포츠가 오랜 시간 지켜온 공정성과 신뢰, 그리고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규칙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기술을 소비하는 관중을 넘어, 그 기준을 함께 고민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양홍위 수원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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