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체 ‘5일’ 넘기지 말고…상환 힘들면 채무조정을

안태호 기자 2026. 2.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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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체·불법 사금융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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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 연체됐다는 문자를 받으면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해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사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민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공무원의 말이다. 빚은 갚을 수 있는 만큼 져야 한다는 자기 책임의 원칙이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역시 채무자의 상환 능력 범위 안에서 대출을 내줘야 한다는 직무상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연체가 발생했을 때 채무자와 채권자가 함께 부담을 나누고, 채무자의 재기를 돕도록 채무조정 제도가 발전해왔다. 채무 연체 사실을 통보 받은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법원 말고 신용회복위원회 상담 먼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숫자는 ‘5일’이다. 연체가 시작된 날로부터 4영업일까지는 연체 기록이 외부에 공유되지 않는다. 하지만 5영업일이 되면 연체 기록이 다른 금융기관에도 공유된다. 신용카드가 정지될 수 있고, 새로운 대출이나 기존 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진다. 일시적 자금 부족이라면 5영업일 안에 정리하는 것이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는 길이다.

여러 사정으로 빚을 갚기 어렵다면 채무조정을 신청해볼 수 있다. 소득·재산 등 상환 여력을 따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이자율 조정, 분할 상환, 상환 기간 연장, 일부 채무 감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환 조건을 조정하는 제도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연체된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한 개인채무조정이다. 신복위 채무조정은 여러 금융기관 채무를 한 번에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셋째는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파산 절차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일정 기간 변제 후 잔여 채무를 면책받거나 보유 재산 청산 후 채무 전체를 면책받는 방식이다.

대출 연체나 파산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주로 변호사·법무사 광고가 노출된다. 이 때문에 높은 수임료를 지급하고 곧바로 법원 절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에 앞서 신복위 상담을 받아보는 쪽이 좋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1600-5500)로 상담이 가능하다. 신복위 상담사는 채무자의 소득, 재산, 채무 구조, 연체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복위·법원·금융회사 채무조정 중 어떤 제도가 유리한지 안내한다. 신복위 상담은 무료이고, 채무조정 신청 때도 신청비 5만원 이외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일자리·복지제도 연계…신용회복도 신경 써야

조정된 채무라도 갚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고령이나 중증 장애 등으로 소득 활동이 사실상 어려운 취약계층인 경우 특히 그렇다. 이런 경우에는 ‘청산형 채무조정’(취약채무자 특별면책)을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70살 이상 고령자 등이 대상이다.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한 뒤, 3년 이상에 걸쳐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상환하면 남은 채무를 면책해준다. 기존에는 원금 1500만원 이하 채무에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5천만원 이하로 대상이 확대됐다.

‘복합지원’ 제도도 있다.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취약계층은 다시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조정된 채무를 감당할 소득이 여전히 부족하거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다시 대출에 의존할 수 있어서다. 이를 막기 위해 채무 상담과 동시에 고용·복지 제도를 연계하는 정책이 복합지원이다. 신복위 상담 과정에서 일자리 지원이나 복지 서비스로 연결해 상환 여건 자체를 개선하도록 돕는다. 연체가 발생하면 신용점수는 크게 떨어진다. 다시 신용을 쌓으려 해도 마땅한 금융 수단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부담이다. 이에 신복위는 채무조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소액신용 기능을 더한 체크카드 발급도 지원한다. 월 30만원 한도의 후불 교통카드부터 최대 1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까지 채무조정 성실 상환 기간에 따라 한도가 확대되는 구조다.

미등록 대부업은 불법…이자 또는 원금까지 무효

여기까지는 제도권 금융에서 연체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 방식이다. 불법사금융은 접근이 다르다. 정식 금융회사나 등록 대부업체만이 제도권 채무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미등록 대부업자, 즉 불법사금융업자인 경우 이자 약정이 무효다. 원금만 갚아도 된다는 얘기다. 또 연 60%를 넘는 반사회적 초고금리의 경우 원금까지 무효다. 금융감독원 누리집에서 이자율 계산기를 통해 위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초고금리뿐 아니라 성착취, 인신매매, 폭행·협박 등 추심 과정 등에 불법행위가 동반된 경우에도 원금 반환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이 있을 땐 금감원(1332)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된다.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금감원 쪽에서 대부업자 쪽에 대신 경고해 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업자들은 금감원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움직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경고를 전달하면 대개 연락을 끊거나 잠적한다”고 말했다.

불법 추심을 받는 경우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를 무료로 선임해 채권자 대응을 맡기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금감원이 피해 사실을 확인해 공단에 연계하면 변호사가 추심 중단과 법적 대응을 진행한다. 신청은 금감원을 통해 할 수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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