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 흔들…절차 공방 속 시민 피로만 쌓였다

이준섭 기자 2026. 2.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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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합하자고 했나" 시민 불만 확산…설명·검증 부족 지적
주민투표 필요성…찬반 비등 속 의사 확인 장치 요구 커져
특례조항 '빈껍데기' 논란…여야 책임론 속 통합 동력 약화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법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 하려하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멈췄다.

통합의 실익을 뒷받침할 특례와 재정 지원의 구체성이 부족한 데다 주민 동의 절차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 채 국회로 넘어간 것이 제동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에 따른 시민들의 피로감도 증폭되고 있다.

통합 논의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지역에선 필요성을 떠나 어떤 방식으로 합의를 쌓았는지부터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의제가 시민사회에서 충분히 논의된 뒤 올라온 것인지, 정치권이 먼저 꺼내고 시민은 사후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흐름이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대전 서구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우리가 통합하자고 먼저 얘기한 것도 아닌데 정치권이 던져놓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며 "통합에 관해 시민이 판단할 수 있게 설명하고 검증하는 과정부터 제대로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법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논쟁의 초점이 달라졌다. 통합 이후 행정서비스 변화, 권한 조정, 재정 부담 등 실질 쟁점을 놓고 설명이 이어졌지만 국회 일정과 표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무게중심이 내용 검증보다 처리 여부로 이동했다. 통합이 가져올 변화의 폭이 큰 데도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와 검증이 충분히 제시됐는지 의문이 남는 이유다.

주민투표 필요성이 거론된 배경도 이와 맞물린다. 찬반이 비등한 여론 지형에서 정치권이 결론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시민 입장에선 최종 판단을 확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졌다.

중구에 사는 자영업자 B 씨는 "결론이 안 나는 것도 답답하지만 과정이 더 답답하다"며 "이러다 흐지부지되면 남는 건 갈등뿐인데 정리할 건 정리하고 방향을 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통합의 실익을 뒷받침할 특례가 충분한지도 논쟁을 키웠다.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된 특례가 실제로 지역의 권한과 재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중앙정부 권한 이양이나 재정 지원이 어느 수준에서 담보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초 대전과 충남은 재정 이양 목표액을 약 9조 원으로 설정했지만 정부 재정지원 인센티브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통합 반대 여론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례 조항이 '임의 규정' 위주로 읽히는 점도 불신을 키운 대목으로 꼽힌다. 지원이나 권한 이양이 '할 수 있다'는 수준에 머물면서 정권과 부처 판단에 따라 실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통합의 성패가 제도 설계보다 정치 협상과 행정부 재량에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민 설득이 더 어려워진 배경이다.

지역 내부의 온도차도 접점을 좁히지 못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통합 이후 대표성, 권한 배분, 재정 부담을 둘러싼 이해가 엇갈리면서 합의 부족 프레임이 강화됐고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뒤에도 이견을 정리하지 못한 채 갈등만 증폭됐다.

이런 탓에 시민들은 여야 모두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법 조속 처리에 무게를 두며 속도를 앞세웠지만 시민 설득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힘은 절차 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었으나 반대에 그치지 않고 어떤 조건과 대안으로 논의를 풀어갈지 협상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시각이 뚜렷하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면 시도민 숙의와 충분한 공론을 거쳐야 한다"며 "지역 주민을 철저히 배제한 이런 방식의 입법 강행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합 논의가 법안 처리 일정과 정당 간 공방에 매몰되면서 핵심 쟁점을 다듬는 작업이 뒤로 밀렸다고 본다. 찬반이 팽팽한 상황일수록 시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비용·효과 분석과 특례의 실효성을 먼저 정리하고 그 위에서 의견 확인 절차를 설계해야 했지만 논의가 정치권 프레임에 끌려가며 설계가 빈약해졌다는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너무 정치적으로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행정과 담당 부처, 관련 전문가, 실무자들이 논의할 사안인데 그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지금은 여기까지 와서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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