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내란 판결문 보니…'반헌법' 논란 여전, '계엄 성경 읽기' 비유는 없어

김예리 기자 2026. 2. 24. 18: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내란 1심 판결문…'계엄 선포 요건으로 내란 못 따져' 판단 "반헌법적" 지적
결정적 진술·증거 불인정하며 공소사실 삭제, 윤씨 양형엔 다양한 정상참작
'성경 읽는다고 촛불 못 훔쳐' 언급한 내용, 정작 판결문에 없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판사. 사진=YTN 갈무리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에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가 '비상계엄 선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내란죄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252쪽에 달하는 1심 판결문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을 발견 장소를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진술도 '술을 많이 마셨다'며 배척했다. 이를 근거로 특검이 주장한 비상계엄 준비 기간과 장기집권 획책 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관해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체적 요건에 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행위의 실체적, 절차적 요건 미비로 내란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 필요한 순간 대통령이 결정을 주저하거나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비상계엄 요건·절차 심사 건너뛰었다고 비판 받은 판결

재판부는 비상계엄의 요건이나 절차는 판단하지 않은 채, “실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따져 내란죄 성부(성립 여부)를 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의 선포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이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했다. 군·경의 국회 침탈과 봉쇄 시도, 선관위 침탈 등 내란죄의 폭동이 인정된다는 전제 아래 비상계엄 선포의 내란죄 성립 여부도 살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위와 같은 내용 뒤에 이어진 판결문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고 병력 동원이 필요하지도 않았으므로, 비상계엄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선포 및 포고령의 공고 행위는 그 자체로 앞서 본 국헌문란 목적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란죄에 있어서 폭동행위”라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이 규정한 것보다 비대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4일 페이스북에서 “내란죄로 처벌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반헌법적”이라며 “지귀연 재판부는 논란 여지가 있다면서, 대통령의 계엄선포 자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요건·절차 심사를 건너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은 헌법의 명백한 규정 위반이고 압도적인 법 해석(판례, 학설)에 정면 배치된다”며 “반드시 파기되고 교정돼야 한다”고 했다.

'노상원 수첩' 모친 주거에서 발견돼서, 곽종근은 술 마셔서…결정적 진술·증거 불인정

지귀연 재판부는 윤씨가 2023년 11월께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해왔으며 장기집권을 획책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 '수거 대상'과 '3선 장기집권 계획'이 적힌 노상원 수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다. 지귀연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이 지난 2024년 12월14일 노상원 전 사령관 모친 자택의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면서 “위 수첩은 자신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계획하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사기관에 발견하기 쉬운 위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검은 수첩에 '여인형', '박안수', '강은 차후'가 기재됐는데 실제로 2023년 10월께 군 사령관 인사에서 여인형은 국군방첩사령관에, 박안수는 육군참모총장으로 각 보직되고 강호필은 대장 진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두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잡아오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영상 갈무리

내란 결심 시점, 계엄선포 이틀 전으로 판단…한겨레 “수상한 의도”

재판부는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6차례 군 수뇌부와 대통령이 모여 내란을 준비했다는 특검 주장도 배척했다. 2024년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후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잡아 오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발언했다는 점을 두고도 이를 진술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술을 상당히 많이 마셨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다른 사령관들은 다르게 진술했다는 점을 들어 공소사실에서 삭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2024년 12월1일경 결심을 굳히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피고인 김용현에게 일임했다”고 판단했다.

한겨레는 지난 22일 사설에서 이 같은 판단을 두고 “재판부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준비 기간을 불과 3일로 축소한 것은 '의회 횡포'로 몰아가려는 듯한 수상한 의도가 느껴진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야당의 쟁점법안 단독 처리' '국무위원·판사 등 탄핵' '주요 사업 예산 삭감' 등의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다. 또 최상목 부총리에게 권력 독점을 위한 '국가비상 입법기구'를 준비하도록 한 메모가 있는데도 '장기 집권' 목적이 없었다는 등 윤석열을 최대한 봐주려는 의도가 느껴진다”며 “이런 황당한 판결은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한 다양한 사유들

재판부는 다양한 사유를 윤씨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했다.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국정 운영에 대하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비상계엄의 지속시간은 비교적 짧았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 △비교적 적은 수의 군·경을 동원했다 △정치인 등 체포조는 국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한 채 체포 활동을 종료했고 선관위 직원 체포도 실제로 하지는 못했다 등을 들어 유리한 정상으로 열거했다. 이어 “피고인 윤석열은 오랜 기간 동안 공무원으로 봉직해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으며, 65세로 고령이다”라며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 중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내란 행위가 몇 시간만에 종료된 것을 피고인의 유리한 정상으로 볼 수 없다고 한 것과 대조된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켜낸 국민의 용기”와 “국민의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지귀연 판사가 선고 공판에서 “성경을 읽는다고 촛불을 훔칠 순 없다”고 비유해 논란을 부른 대목은 판결문엔 없었다. 지귀연 판사의 이 관용구는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를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은 대목과 더불어 풀이되면서,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사실상 면책하고 정당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