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한국이라고?” 처음 보는 누런색 하늘, 이상하다 했더니…건강까지 망친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2. 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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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산불 발생 지역 인근 강원도 강릉시 한 주택가에서 바라본 하늘.[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렇게 누런 하늘은 처음 본다”

강원도 강릉시 한 주택가에서 바라본 하늘 풍경. 마치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누런색 하늘이 눈에 띈다.

대기오염이 극심한 날, 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 단순히 미세먼지나 황사에 의해 뿌옇게 변한 게 아니다.

낯선 하늘의 원인은 ‘산불’. 그렇지 않아도 나쁜 대기 상황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가중되며, 대기질이 최악으로 치달은 결과다.

지난 2017년 산불 발생 지역 인근 강원도 강릉시 한 주택가에서 바라본 하늘.[X(구 트위터) 갈무리]

문제는 이같은 공기에 노출된 주민들의 건강이다.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 빈도가 급증하는 가운데, 산불 빈도가 잦은 지역의 대기질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심지어 산불로 인해 오염된 대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올겨울 전국에 극심한 건조 현상이 이어지며, 산불 발생 또한 잦아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지난 22일까지 산불 발생은 총 1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건)에 비해 1.7배가량 증가했다. 피해면적 또한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17년 산불 발생 지역 인근 강원도 강릉시 한 주택가에서 바라본 하늘.[X(구 트위터) 갈무리]

올해 전국적으로 매일 2건 이상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셈. 주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 특히 겨울 강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며, 작은 불씨에도 비교적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이 지속되며 계절을 막론하고 산불 위험은 커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1.5도 오를 때마다, 산불 발생 가능성은 8.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게티이미지뱅크]

산불이 더 일상적인 재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순한 화재 피해 외에도 여타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대기오염 문제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인근 지역의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유해 대기오염물질 농도는 급증한다.

지난해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게재된 ‘대규모 산림 화재에 의한 대기질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산불 발생 직후 경북 안동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전에 비해 5배 이상 치솟았다. 이 외에도 의성군, 청송군, 예천군 등 인근 지역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늘었다.

강원 인제군 기린면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소방 당국 등이 진화 작업 중이다. [연합]

일시적인 피해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힘들다. 이달 초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산불 연기에서 발생한 미세 입자는 인근 주민들의 사망에까지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연기에 따른 고농도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산불 연기에서 발생하는 미세 입자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본토 48개주에서 연평균 2만4100명의 사망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 지역 거주자의 경우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순천시의 한 논밭이 불에 타고 있다.[순천시 제공]

흔히들 농촌 도시의 경우, 도심보다 더 깨끗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산지에 가까운 농촌 지역의 경우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에 더 취약하다. 산불 발화의 원인이 되는 영농폐기물 소각 또한 큰 원인 중 하나다.

실제 환경부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의 8.2% 수준인 7194톤이 영농폐비닐 등 농업잔재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질 악화에 상당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는 셈.

8일 저녁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소방관계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로 인한 대기질 악화에 더 취약한 지역이다. 한국의 겨울철과 봄철은 미세먼지와 황사가 찾아오는 시기. 그렇지 않아도 나쁜 공기에 산불로 인한 연기가 더해진다. 심지어 영농 폐기물 소각 또한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앞두고 부산물을 태우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대기오염을 피하기도 힘들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산불 발생 시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등 저감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상시 대비 최대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산림당국이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검세리에서 전날부터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기후변화의 흐름을 단번에 뒤집기는 힘들다. 하지만 화재 피해와 대기질 악화를 완화하는 방법은 뚜렷하다. 바로 산불 예방. 실제 그 어느 때보다 산불 예방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다. 특히 3~4월의 경우 초대형 산불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영남권 산불 피해 또한 같은 시기에 발생했다.

이에 정부 또한 산불의 주요 원인인 불법 소각과 담배꽁초 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민 여러분께도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산에서의 흡연·취사 행위 금지, 쓰레기 소각 금지 등 산불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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