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2028년 모두 무너진다”···월가 뒤흔든 리서치회사의 우울한 전망
시장선 “현실화 가능성 낮아”···AI발 충격 불안

인공지능(AI) 발전이 2028년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한 리서치회사의 보고서에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 보고서는 AI 발전으로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대거 실직해 실물경기가 추락하고, 주식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시장에선 이 보고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AI발 충격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1% 넘게 하락 마감했다. 최근 전통적 소프트웨어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시장 부실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소프트웨어 지수는 3.82% 급락했고, IBM 주가는 13.2%나 빠져 닷컴버블이 붕괴되던 2000년 10월 이후 25년 4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코딩 모델이 IBM 시스템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코볼(COBOL)을 현대화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발표와 리서치회사의 보고서가 맞물려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이 주목한 보고서는 신생 리서치업체인 ‘시트리니(Citrini)’가 작성한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시트리니는 서브스택에서 영향력 있는 금융 필자로 꼽히는 제임스 반 길런이 창업한 곳이다.
보고서는 우버, 마스터카드, 비자 등 실물 기업을 예시로 들었는데 이들 기업의 주가가 이날 4%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형식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이 10.2%, S&P 500 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38% 추락했다고 가정했다.

보고서는 AI 보편화로 소비 시스템도 바뀌면서 음식배달, 차량호출 등 플랫폼 사업과 카드 결제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플랫폼 기업과 카드사는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AI가 운영·결제 수수료가 낮은 경로를 찾아내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고용이 위축되고 소비도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 시트리니의 시나리오다.
노동자 소득이 줄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소프트웨어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업체도 붕괴하면서 금융 시장에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트리니는 예상했다. 다만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과 대만 등은 AI 투자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시트리니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로 소프트웨어 금융 등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약세장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산업 둔화가 3조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사모대출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불안심리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월가 안팎에서 나온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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