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는 퇴출, 유시민도 반명?…지선 앞 ‘명청 갈등’ 불붙이는 與 팬덤

정윤성 기자 2026. 2. 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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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 ‘팬카페’서 당 대표 쫓겨나…‘뉴이재명’이 주축된 팬덤 내전
친노·친문 인사, 진보 스피커도 흔들…계파 갈등 우려에 與 긴장감 고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지지층 분열이 가속화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이른바 '명청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이 정 대표를 주도적으로 강제 탈퇴 처리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을 강력 지지하는 지지층을 뜻하는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과 기존 민주당 지지층이 충돌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과 지지층 분열이 맞물리는 양상이 향후 지방선거 등 민주당 권력 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 22일 이 대통령의 핵심 온라인 지지층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정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퇴출시키는 것을 안건으로 이례적인 투표가 진행됐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투표 참여자 1231명 가운데 81.3%인 1001명이 찬성해, 사실상 집권 여당의 팬카페에서 그 당대표가 제명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명이네 마을'은 회원 수 약 20만 명에 달하는 이 대통령의 '팬카페'다. 카페 회원들은 과거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일 당시 관련 주요 정치 현안마다 조직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당내 유력 정치인들조차 반응을 의식할 정도의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 왔다. 현재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지칭하는 용어인 '개딸'도 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본인은 물론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가입한 사실상 고향에서 집권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외면 받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퇴출 사태의 기폭제로는 이 대통령 집권 이후 이어져 온 이른바 '명청 갈등' 국면에서 정 대표가 보인 행보가 지목된다. 특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이 이들 지지층의 불만을 폭발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들은 합당에 반대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쏟아붓고 정 대표와 대립하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을 적극 응원하며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전통적인 친노·친문·586운동권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주류 지지 세력의 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재명이네 마을의 주류 회원들은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분류된다. '뉴이재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당원으로 유입됐거나,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한 경제 정책 등에 공감해 지지층으로 합류한 '새로운(new) 민주당 지지층'을 가리키는 일종의 신조어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친명(친이재명)'으로 통칭돼 왔지만, 최근 행보는 기존 친명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나 당의 정신보다는 이재명 대통령 개인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철학대로 비운동권 출신,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까지도 포괄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는 정 대표 등 '친청' 세력은 비판의 대상이다. "이재명 없는 민주당은 개판" 등의 문구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현재 민주당 권력 구조에는 거부감을 드러내는 모습에 '뉴이재명'의 정체성이 압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10월3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유튜브 캡처

'딴천지' vs '뉴수박'…팬덤서 '명청 갈등' 2차전

이는 과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성격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민주당 지지층은 당과 대통령 개인의 지지 기반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서적 계보와 정치적 연대가 당과 지지층을 묶는 축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반면 '뉴이재명' 지지층에게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기 위한 정치적 통로에 가깝고, 당 자체는 지지의 대상이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돼 온 민주당 내부의 세대·이념 지형이 지지층의 성격 변화에 의해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지지층의 변화는 팬덤 내 진통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미 '뉴이재명' 계열과 이에 맞서는 '친청' 성향의 지지자들로 민주당 지지층은 갈라진 모양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지지층 간 감정적 충돌도 노골적으로 번지고 있다. 친명 성향 지지자들은 친청 지지층을 '딴천지(딴지일보+신천지)'라고 부르며 비판하고, 반대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뉴이재명 세력을 '뉴수박(새로운 수박)'으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등 상호 비난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들 팬덤을 움직이는 진보 스피커들의 지형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김어준씨 등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1세대 스피커들의 존재감도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김씨는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여권 내 영향력을 키워왔지만, 정 대표에게 확산되는 비토 정서가 이를 두둔하는 김씨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합당 무산 이후 이틀 만에 2만 명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관계자는 "옛날 세력, 신 세력 등으로 규정하고 분류하는 프레임 자체가 지선을 앞두고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팬덤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정 대표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지점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선명성을 강조하며 강성 지지층에 적극 호소한 전략으로 당권을 거머쥐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22년 팬덤 정치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그는 "의원들이 팬덤이 부럽다면 이재명처럼 실력을 키워 지지를 받으면 된다"고 발언하며 팬덤 정치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청래·김어준·유시민의 전통 팬덤과 새로운 지지층이 충돌하는 양상이 잦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국혁신당도 진보 진영 내에서의 이 같은 변화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조국 대표는 "합당 제안 국면이 시작된 이후 느닷없이 유시민 등 소중한 민주진보진영 인사를 '올드 이재명', 심지어 '반명'으로 내치는 프레임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며 "'찐'이나 '뉴'는 배제의 언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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