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소리의 느낌…병아리도 우리랑 같을까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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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부바', '키키'라는 소리에 병아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핀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진의 부바-키키 효과 실험이 그렇다.
병아리 실험 연구진은 작은 상자 안에 뾰족뾰족한 모양의 그림과 둥글둥글한 모양의 그림을 세워 두고서, 병아리를 한마리씩 넣고 부바와 키키 소리를 들려주며 반응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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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부바’, ‘키키’라는 소리에 병아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핀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진의 부바-키키 효과 실험이 그렇다. 부바-키키 효과란 ‘부바’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면 둥근 모양을, ‘키키’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들으면 뾰족한 모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듯이 소리와 모양을 연결해 인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병아리 실험 연구진은 작은 상자 안에 뾰족뾰족한 모양의 그림과 둥글둥글한 모양의 그림을 세워 두고서, 병아리를 한마리씩 넣고 부바와 키키 소리를 들려주며 반응을 관찰했다. 실험에는 부화한 지 사흘 된 병아리 42마리와 하루가 안 된 40마리가 쓰였다. 갓 태어나 경험이나 학습이 없는 상태였다. 다만 소리가 들리면 그림판 뒤쪽에서 먹이를 찾도록 간단한 훈련을 마쳤다.
실험 결과는 분명했다. 병아리는 부바 소리가 반복해 들릴 때 주로 둥근 모양의 그림 쪽에서 먹이를 찾으려 서성거렸으며, 키키 소리가 들릴 때 뾰족한 모양의 그림 쪽에서 자주 머물렀다.
우연한 반응은 아닐까? 연구진은 대조 실험도 수행했다. 아무 소리가 없거나 음악 소리가 흘러나올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피기 위해 따로 29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때에는 둥글거나 뾰족한 그림의 효과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렇다. 부드러운 부바 소리가 둥근 모양을 떠올리게 하며, 날카로운 키키 소리가 뾰족한 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부바-키키 효과가 병아리한테서도 관찰된다는 것이다.
병아리 실험 결과는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스’의 주요 논문으로 별도의 해설과 함께 실렸다. 그저 재미있는 동물 행동 실험처럼 보이지만, 학계가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부바-키키 효과는 인간 언어의 기원을 탐구하는 인지언어학 분야에서 관심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소리라는 청각 정보와 모양이라는 시각 정보를 결합해 연상하는 능력이야말로 초기 인류의 음성 언어 발달을 떠받친 인지적 토대였을 가능성이 주목받아왔다.
부바-키키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그동안 말을 배우기 전인 갓난아기에게서도, 그리고 다른 언어 문화권에서도 소리와 모양을 연결하는 인지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부바-키키 효과는 인간 고유의 언어 기원을 설명하는 주요 단서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병아리 실험이 이런 부바-키키 가설에 균열을 낸 것이다. 병아리한테서도 부바-키키 효과가 관찰된다면, 이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기존 해석과 달리 적어도 척추동물이 공유하는 선천적인 지각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아리 실험의 의미를 확장해 생각하면, 개나 돌고래나 다른 동물과 우리의 언어 사이에 어떤 공통의 지각 기반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동물도 인간과 같은 언어를 갖는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풍부하고 정교한 언어 체계가 소리와 모양의 연상 능력 하나에서 비롯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병아리 실험은 인간 언어가 분명 특별한 능력이지만, 그 뿌리까지 전적으로 독보적인 기원에서 나온 것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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