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통찰과 회한을 담다…김창완밴드 새로운 싱글 ‘Seventy’ 발매 [Culture]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co.kr) 2026. 2. 2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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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을 놓고도 뭐라고 해야 하나. ‘70(칠십)’으로 할까 ‘일흔살’로 할까 하다 너무 노인네 얘기가 아닌가 싶어 ‘세븐티(seventy)’로 하게 됐습니다. ‘Seventy’는 세월에 관한 노래인데, 풋내 나는 노래였지만 ‘청춘’이 떠올랐습니다.” 김창완밴드가 새 싱글 [Seventy]를 선보였다. 수록곡 ‘Seventy’에선 어느덧 70세를 보낸 김창완이 느꼈던 시간,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뷔 50주년을 앞둔 그가 생각하는 ‘시간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일었다.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지막 날 공연 현장. 이날 헤드라이너로서 무대에 선 ‘김창완밴드’(김창완, 이상훈, 최원식, 강윤기, 염민열)는 그동안의 대표곡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4만여 명의 관객을 하나로 모았던 김창완밴드는 지금까지도 쉼 없는 공연과 투어를 통해 자신들의 본질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록 밴드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록의 무한한 에너지와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음악이 전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열망에서 모인 ‘김창완밴드’. 2008년 11월, 김창완을 필두로 산울림 시절부터 세션 연주자로 함께한 키보디스트이자 편곡자·프로듀서인 이상훈, 베이시스트 최원식, 드러머 이민우,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까지 5인조 라인업으로 완성한 미니 앨범 [The Happiest](2008)와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김창완밴드는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2008), ‘내가 갖고 싶은 건’(2009), ‘Darn it’(2011), ‘금지곡’(2012), ‘중2’, ‘용서’(2015)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때론 강렬하게, 때론 소박하고 따스한 정서를 실어 노래하고 연주해왔다.

특히 ‘중2’, ‘Darn it’으로 대표되는 김창완 특유의 유쾌함과 기발함이 담긴 곡들은 깊은 통찰 또한 엿볼 수 있다. 2012년 드러머 강윤기와 기타리스트 염민열을 새로운 식구로 맞은 후 이들은 지금까지도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활동하고 있다. 소위 ‘김창완 장르’라 불리는, 귀에 쏙 들어오는 매력적인 선율과 세련된 편곡, 탄탄한 연주가 어우러져 ‘보편적이면서도 유니크한, 고전적이면서도 트렌디함’까지 모두 띄고 있는 김창완밴드가 완성됐다.

김창완밴드 앨범 [Seventy] 커버(사진 뮤직버스)
원숙함과 시적 아름다움을 담은 신곡 ‘Seventy’ … 전국 투어 이어가
지난 1월 27일, 김창완밴드가 2016년 싱글 [시간] 이후 10년 만에 새로운 싱글 [Seventy]를 공개했다. 이번에 발매한 싱글 앨범은 일흔을 넘긴 김창완의 통찰과 회한을 담은 곡 ‘Seventy’와 아이들과 함께 목청껏 외치는 곡 ‘사랑해’를 담고 있다.

타이틀곡 ‘Seventy’는 일흔두 살의 노인이 된,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김창완의 담담하지만 깊은 통찰이 자리한다. 노래 속 가사에서 김창완이 마주한 일흔 살은 ‘가까운지 몰랐던, 가벼운지 몰랐던, 허무한지 몰랐던, 덧없는지 몰랐던’ 나이였다. ‘늘 걷던 길’ 위에서, 그리고 ‘새하얀 낮과 새카만 밤에도 무심히 흘러온 시계추처럼’ 보내온 시간 속에 70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깨달음을 보여준다.

‘그대에게 줄 수 있는 내 사랑이 얼마일까 / 내 시간이 얼마일까 생각하니 / 장미 열 번 필 수 있나 봄눈 열 번 볼 수 있나 / 헤어보니 부질없이 눈물 나네 (생략) 모든 슬픔 사라지고 미운 마음 용서하고 / 아이처럼 기뻐하며 사랑하자’
김창완(사진 뮤직버스)
일상에서 70년의 시간을 마주한 김창완은 ‘Seventy’를 통해 지금 느껴야 할 기쁨, 용서와 사랑을 말한다. 마치 어린아이 시절의 시간이 소중하듯, 현재의 시간 역시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수록곡 ‘사랑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청중을 흥겨운 팝 속으로 데려간다. 오래전 산울림의 친근하고 유쾌한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곡은, 산울림의 ‘가지 마오’(1981) 도입부를 연상시키는 짤막한 드럼 인트로로 시작된다. 다음엔 브라스 사운드와 김창완의 외침, 방배중학교 학생들의 합창이 짙은 인상을 남긴다. ‘사랑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넣어 한 번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쉬운 멜로디와 가사 역시 묘한 중독성에 빠져들게 한다.

싱글 [Seventy]는 음원과 7인치 바이닐로 발매해 팬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그에 이어 김창완밴드는 2026년 전국 투어 공연 ‘하루’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2월 7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을 시작으로 오는 3월부터 강릉, 용인, 익산, 안산, 광주, 김해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Interview  10년 만에 김창완밴드 새 싱글로 돌아온 김창완
“‘세븐티Seventy’…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강조하고 싶었다”
(※ 다음 기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김창완밴드(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훈, 강윤기, 최원식, 김창완, 염민열)(사진 뮤직버스)
Q  김창완밴드로 10년 만에 컴백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저희는 1년 내내 붙어있어서(웃음). 10년 만이라는 것은 ‘(신곡)발표 준비가 많이 게을렀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곡 제목인 ‘Seventy’에 아련함, 후회, 기대 등이 담긴 듯합니다.

‘Seventy’라고 하니까 제 나이에 견주어서 노인의 회한으로 받아들여질까 봐 걱정이 좀 됐어요. 물론, 노인의 회한 어린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제 노래 ‘청춘’(1981)이나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2008)처럼,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그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Q  ‘Seventy’를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뮤지션이나 예술가들이 어느 순간 자기가 굉장히 소모되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가 있어요. ‘너무 인생을 속물적으로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요. 그렇게 느꼈을 때가 ‘청춘’, ‘백일홍’(1995) 같은 애상적인 노래를 만들었을 때일 거예요. 그런데 내가 지금 내 모습을 이런 식으로 바라봐야 하나···. ‘Seventy’에서는 ‘인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보니 허무하네, 덧없네, 흔히 그렇게 생각하겠지’라고 느끼는 저를 꾸짖는 뜻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을 쓰면서 사실 저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났어요.

Q  이번 곡을 만드실 때 노래 ‘청춘’이 생각난다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청춘’에선 시간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Seventy’에선 모두에게 주어진 생각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청춘’을 쓸 때만 해도 주워들은 시간을 적은 거죠. 그 당시에 ‘가는 청춘이 아쉬워지겠지’라는 발상 등이 지금 생각해보면 풋내나지만 참 귀여워요.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은 안 합니다. 시간관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아요. 그다음 곡에도 시간이 버무려진 노래가 많이 있잖아요. ‘백일홍’이란 곡도 서른 즈음에 만들어진 곡인데 그 당시 시간관하고 지금도 많이 다릅니다.

Q  이번 앨범 수록곡 ‘사랑해’라는 곡에선 아이들과 합창을 하셨는데, 탄생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천에서 공연을 했는데, 요즘 후배들이나 밴드에선 무슨 ‘떼창’이 그렇게 많아요?(웃음) 솔직히 말해서 김창완밴드 공연을 오시면, 열심히 따라 부르는 분들도 계시지만 떼창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떼창곡 하나 만들고 싶다, 떼창에서 다 같이 사랑해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겨서 만든 곡이에요. 별다른 의도는 없어요. 가사도 ‘사랑해’라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젊은 밴드가 올라가서 하자고 하면 흥이 나서 저절로 할지 몰라도, 할아버지가 많으면 떼창을 할까? 안 해봤으니 모르지만 할까 싶어요. 저도 궁금합니다 솔직히.

Q  화음을 넣은 방배중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그 학교가 우리 집하고 붙어 있어요(웃음). 혹시나 해서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이런 노래를 만들려고 한다 부탁 드렸더니, 그럼 학생들 한번 모아보겠노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걱정이 좀 되셨는지, 학생회 활동을 하는 얌전한 학생들을 보내주셨어요. 그런데요, 중학생이잖아요? 여학생들은 소리가 나오는데, 남자애들은 다 변성기라….(일동 웃음) 그런데 안 나오는, 거친 목소리가 저는 너무 예뻤어요.

“무력감에서 건져준 음악…무대 하나하나를 통해 다시 배우고, 음악으로 승화시키겠다”
Q  현대인에게 큰 어른으로서 메시지를 전하셨어요.

요즘 ‘위로’라는 말이 진짜 현대인의 화두가 된 것 같은데요. 현대인들이 쫓기는, 쫓길 수밖에 없는 시간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희 노래가 위로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위로에 목말라하는 환경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 곡을 듣고 ‘위로가 됐어요’라고 하면, 어떤 심정이길래 바람결 같은 노래 한 자락이 위로가 됐을까 굉장히 안타까워요. 저는 저 스스로 ‘위로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입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맏이로서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위로받기보단 위로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Q  작사·작곡을 할 때 중요시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작곡을 하거나 캔버스 앞에 설 때 제일 많이 하는 건, 저를 둘러싸고 있는 저라는 허울이나 편견을 걷어내는 것입니다. ‘침잠’, 가라앉히는 것을 제일 먼저 해요. 영감이나 그런 것에 대해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저를 관찰한다면, 벌레 같은 모습일 거예요.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해요. 그 루틴을 벗어나는 순간 곡이 써지기도,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Q  오랫동안 김창완밴드로서 록과 포크 음악 등을 해오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제가 한창 음악을 듣던 1970년대 시절에는 많은 록 밴드들이 사랑과 평화를 외쳤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사회와 개개인이 격리되는 시절을 겪으며 음악이, 예술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실하게 느꼈어요. 그런데 그 무력감에서 건져준 게 또 음악이에요. 그때부터 공연도 더 열심히 하고, 다시 또 음악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노래 ‘나는 지구인이다’(2023)도 그 이후에 발표했고, 10년 만에 이렇게 다시 록 넘버를 갖고 찾아뵙게 되었어요. 올해 또 공연을 해 나가면서 무대 하나하나를 통해 저도 다시 배우고, 음악으로 승화시켜 나가겠습니다. 저의 음악 방향도 결국 사랑과 평화죠.

Q  50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보통 유목민 얘기를 많이 합니다. 유목민이 같은 자리에 잠자리를 펴지 않는 건 유명하잖아요. 어제의 나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산울림이 저의 모태인 건 틀림없죠. 그러나 거기에 앉아있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50년도 의미가 있죠. 48년도, 51년도 의미가 있어요. 경중을 따지고 싶지 않아요.

김창완 동요곡 ‘웃음구멍’(사진 뮤직버스)
Q  2월 26일 공개되는 동요 ‘웃음구멍’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에서 지난해 5월 맞아 동요, 동시를 소개하는 시간을 기획했어요. 거기서 지난해 장원으로 채택된 시가 ‘앞니가 빠졌네/ 웃음구멍이 생겼네’였어요. 그냥 넘기기 아까워서 몇 자를 더 붙여서 동요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도 동시가 오고 있는데, 그야말로 저의 시간관을 바꿔주기에 충분한 글들이에요. 동심의 세계가 너무 소중하고, 느닷없이 작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에 공개된 ‘Seventy’ 뮤직비디오 말미에 앵콜을 받으며 무대에 나가시는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웃음)저 그 장면 빼자고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하소연했었는데! 이번 전국 투어 포스터도 마치 공연 망한 사람 표정을 걸어놓고. ‘앵콜앵콜’ 하니 다시 기어나가는 장면이 쑥스럽죠.(일동 웃음) 엔딩장면 좀 빼자고 했는데 감독님은 그 장면이 너무 좋다는 거예요. 결국은 제가 졌어요.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지도 않는 사람인데, 많이 보는 사람이 좋다고 한 것을 어떻게 이겨요. 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면 그것도 웃기잖아요. 그래서 제 고집도 꺾었습니다. 그런데, 좋나요?(일동 ‘좋아요’를 외쳤다) 거 봐요, 질 때도 필요해요.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사진 뮤직버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9호(26.03.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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