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87%가 중국산 … 韓은 제조용 수준 머물러
美 CES서 압도적 기술력 과시
중국, AI 활용 하드웨어 우위
청소·서빙 서비스 로봇 강세
중국, 자율주행 분야선 질주
車 내수시장은 절반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장비 90% 국산화
◆ [창간 60주년 기획] 한중 산업 경쟁력 분석 ◆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치열한 로봇 패권 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1위인 애지봇을 포함해 2위 유니트리, 5위 엔진AI 등이 저마다 주력 제품을 내놨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로봇 분야에서 중국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실제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 출하된 약 1만3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87%를 중국 기업들이 생산했다. 로봇 시장 전체로 봐도 압도적인 규모를 알 수 있다. 박상수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중국은 최대 로봇 시장으로 부상했고, 글로벌 전체로 봐도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몇 년간 50% 이상을 계속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내수시장 규모에다 가격 경쟁력이 중국의 강점인데, 이제는 기술마저 한국이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다. AI의 원류인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이를 응용하는 피지컬 AI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24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과 미래차 산업 경쟁력은 연구개발(R&D)과 제품 서비스 항목 정도만 근소하게 앞서고, 나머지 항목은 모두 중국이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월 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산업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분야별로 보면 중국의 로봇 산업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확보에선 고전했지만, 하드웨어 분야에선 이미 '기술 자립'과 '공급망 완결성'을 구축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중국을 고립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립화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보고서는 "중국 산업용 로봇의 국산화율은 '중국 제조 2025'의 목표였던 70%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감속기, 서보 시스템, 컨트롤러 등의 핵심 부품은 국산화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하에 가장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고, 청소·서빙·물류 등에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은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로보락 등 중국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런 현실이 잘 드러난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연구팀장은 "세부 품목별로는 제조용 로봇, 협동 로봇은 한국과 중국이 경합 관계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개인 서비스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가격·인프라스트럭처 모든 측면에서 중국이 우위"라며 "종합적인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국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래차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등 세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세 분야에서 중국은 '중국 제조 2025'가 제시했던 국산화율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조 2025'에서는 2025년까지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4년에 이미 45.3%에 이르러 목표를 추월했다.
한국도 전기차 판매 비중이 늘기는 했지만, 중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25년 한국에서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은 13.5%였는데, 10%를 돌파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보고서는 "중국의 리튬배터리 산업은 '소재부터 장비까지' 전 공정에서 90% 이상의 높은 국산화율을 이뤘는데, 특히 생산라인 전반에서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100% 국산화했다"며 "한국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등 핵심 소재에서 중국에 경쟁 열위"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매일경제와 KIET가 공동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배터리(2차전지)의 경우 한국의 경쟁력은 중국보다 3.5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자율주행 부문은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탑재 비율 목표도 달성도가 높은 수준이고, 차량 탑재 광학시스템과 고정밀지도 달성도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레벨4 자율주행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고도 자동화' 단계를 뜻한다. 조 팀장은 "자율주행은 센서와 핵심 구성 요소뿐만 아니라 방대한 시범운행 경험과 AI, 데이터, 소프트웨어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데 중국의 경쟁 우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급성장 배경은 △월등한 가격 경쟁력 △AI 기반 신시장 지배력 확대 △공급망 내재화 등이 꼽힌다. 많이 만들고, 미리 진출하고, 산업의 자체 완결성까지 챙겼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사우스 시장 등에서 점유율을 늘렸다"며 "AI 칩 설계,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세대 배터리 등의 AI 수요 시장 전반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선두주자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책으로는 높은 신뢰도를 활용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제품·소재·부품 전반에서의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여지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AI 기반 시장이 커지며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과거 저임금·저가 생산이나 중간재 제공자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최종 제품을 놓고 한국과 치열한 경쟁자가 됐다. 그만큼 한국 기업의 중간재(산업용 부품·장비 등)를 중국에 수출할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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