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희토류 투자 견인할 법제도 부족…정부 비축·최저가격 보장도 필요"

임정우 기자 2026. 2.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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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핵심광물: 주도형 공급망 구축 토론회' 개최
왼쪽부터 박철현 조선대 교수, 김종성 비츠로셀 상무, 차찬석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 유경근 국립한국해양대 교수, 이진규 희토류산업협회 전문위원, 정의진 테라이지 부사장, 조성준 한국자원공학회 회장.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무기화가 현실화한 가운데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 희토류 산업 육성을 위한 별도 법안 제정을 국회에 공식 요구했다. 현재 국내에는 2024년 제정된 에너지·자원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있으나 희토류에 특화된 산업 육성 근거법은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어기구·정일영·권향엽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핵심광물: 주도형 공급망 구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 산업계, 학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희토류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과 핵심광물 가공·생산 기술 현황을 논의했다.

희토류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17종의 원소를 총칭하는 것으로 전기차 모터, 영구자석, 방산 장비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중국이 원광 채굴의 약 77%, 분리·정제의 약 95%를 독점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중 관세 전쟁 과정에서 수출통제를 본격화하면서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주도로 한국 등 55개국이 참여하는 핵심광물 다자협력체 '포지(FORGE)'가 출범했다. 한국 정부도 같은 날 희토류 17종 전체를 핵심광물로 지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업계에서는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에서 이진규 희토류산업협회 전문위원은 "희토류 산업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별도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규 전문위원은 "수소법에서 수소와 희토류만 바꿔놓으면 거의 일치하는 법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은 기본계획 수립, 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지원, 특화단지 지정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희토류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법안의 틀은 이미 있는데 희토류에만 적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법이 뒷받침해야 할 구체적 대안도 잇따라 제시됐다. 김종성 비츠로셀 상무는 "가격보다 물량이 끊기는 게 가장 끔찍하다. 사업을 접어야 하는 극한 상황까지 간다"며 전략자원 정부 비축과 최저가격 보장제 도입을 요청했다. 김 상무는 중국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사업성 자체를 무력화하는 위험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며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준 한국자원공학회 회장도 "희토류 시장은 40억 달러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다. 중국이 수출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기업 보고 들어가서 사업하라고 하기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투자하고 최저가격 보상 등으로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사례도 벤치마크로 제시됐다. 미국은 자국 유일의 희토류 광산 업체 '엠피 머티리얼스(MP Materials)'에 국방부 자금을 투자하고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업 리스크를 정부가 흡수하고 있다. 일본은 독립행정법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사업비 50%를 직접 보조하고 수요의 20%를 고정가격 장기계약으로 묶어 기업의 가격 변동 위험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선 상태다. 차찬석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수급관리·확보처 다각화·국내 생산 세 축의 10개년 계획을 올해부터 시작한다며 범부처 합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법안과 함께 구체적인 자원 확보 방향도 논의됐다. 이진규 전문위원은 향후 희토류 확보 전략과 관련해 이온흡착광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온흡착광은 점토층에 이온 상태로 희토류가 흡착돼 있는 광물로 고성능 영구자석 등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를 다량 포함하면서도 분리·정제 시 환경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베트남, 브라질 등에 풍부하게 부존하지만 미량의 방사성 원소가 포함돼 있어 정부 지원 없이는 개발과 국내 반입이 어렵다는 것이 이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전날인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핵심광물 협력에 합의한 만큼 이온흡착광 확보를 위한 실질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최영재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핵심광물: 주도형 공급망 구축 토론회'에서 희토류 공급망 위기 대응전략을 발제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이날 발제에서는 해외 자원 확보 현장의 경쟁 구도와 기술 전략도 논의됐다. 최영재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는 "해외 희토류 확보하러 다니면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경쟁자가 일본 JOGMEC"이라며 한일 간 정부 지원 격차를 지적했다. 일본은 JOGMEC 중심의 지원 체계로 중국 의존도를 과거 약 90%에서 현재 약 50%까지 낮춘 반면 한국은 비교할 수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영재 상무는 "희토류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자원이 아니라 전략 무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정경우 KIGAM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중국 자원 패권의 진짜 무기는 땅속 자원이 아니라 전 세계 자원을 빨아들여 가공·처리하는 기술 능력"이라며 한국이 이 기술 공백을 대체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핵심광물: 주도형 공급망 구축 토론회'에서 핵심광물 가공·생산 기술 현황을 발제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1년 유예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국내 공급망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진규 전문위원은 "중희토류가 대세가 될 텐데 지금 준비해야 10~20년 뒤에 우리 자원이 된다"며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임정우 기자 jj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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