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미도 "공격 투자"… 나스닥 대신 코스닥 쓸어담아
DC·IRP형 계좌내 ETF 비중
4년전 15%서 절반으로 커져
미래에셋證 연금 ETF 투자
한달 만에 2.4조 늘어 17조
美증시 위주던 순매수 톱10
올 들어 국내 주식형이 5개
◆ 머니무브 ◆

국내 증시 호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적 자금의 상징이던 퇴직연금 투자자들의 성향도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퇴직연금계좌를 통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우회 수단인 상장지수펀드(ETF) 잔액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연금계좌 내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그간 해외 주식형이나 회사채 등 안정형 ETF에 쏠렸던 자금도 최근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 ETF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형 계좌의 ETF 투자 금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말 기준 16조9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조58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약 2조38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DC·IRP형 계좌 내 ETF 비중도 각각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2022년 15% 수준이던 ETF 투자 비중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45% 안팎을 기록했고, 1월 말에는 각각 46.8%, 48.8%까지 올라섰다. 2024년 이후 올해 1월까지 퇴직연금계좌 내 순매수 상위 10위권을 ETF가 싹쓸이한 점 또한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ETF 순매수 흐름도 뚜렷하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해외 주식형이나 채권형 ETF가 중심이었지만 최근 들어 국내 주식형 상품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올 들어 1월 말까지 미래에셋 DC·IRP형 계좌에서 연금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 상위 10개 종목을 집계한 결과, 국내 주식형 5개가 포함됐다. 10위권 내에 국내 주식형 상품이 단 한 개도 포함되지 않았던 2024년, 1개(TIGER 200·10위)에 그쳤던 2025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 들어 1월 말 기준 순매수 2위와 6위에 KODEX 코스닥150(859억원)과 TIGER 코스닥150(504억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TIGER 반도체TOP10(5위),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7위),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8위) 등 국내 투자 상품이 대거 10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5개 상품의 1월 순매수 금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그간 퇴직연금계좌에서 '필수 편입' 상품으로 여겨졌던 나스닥100·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미국 대표 지수형 ETF를 국내 주식형 상품이 상위권에서 밀어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관련 ETF는 순매수 상위 10개 상품 중 4개를 차지했지만, 올해 1월에는 단 2개로 줄었다. 연금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구조적 상승 기대에 적극적으로 올라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연금 자산의 이 같은 '머니 무브' 배경으로 수익률 격차를 꼽는다. 특히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코스닥 ETF가 대표적이다. 연초 950선 아래에서 출발한 코스닥은 1월 한 달간 21% 상승해 1월 말 1149.44까지 올라섰다. 연초부터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자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 심리가 확산되며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KODEX 코스닥150과 TIGER 코스닥150 ETF는 이 기간 29%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붐 트렌드에 올라탄 반도체·로봇 테마 ETF 외에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 ETF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상품은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를 30%까지 편입하고 나머지는 국고채 등에 투자하는 구조로, 국내 단일 종목과 채권을 혼합한 형태의 ETF다.
연금 투자자들이 현행 규정상 한도인 주식(위험자산) 비중 70%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가능한 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금 자금은 변동성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장기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시장 체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연금개미의 자금 흐름이 국내 주식형 ETF는 물론이고 위험자산 비중을 극대화하는 채권혼합형 ETF 등으로 이어지면 코스피·코스닥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세제 측면에서 보면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국내 주식형 ETF 투자는 해외 주식형 ETF보다 혜택이 없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압도적 수익률이 이를 상쇄하며 투자자들을 이끌고 있다"며 "여유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매달 쌓이는 연금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에 참여하면서 미약하게나마 국내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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