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 팔불출 전성시대
인사평가 S를 많이 받았냐? 인사평가 S등급 이야기에 이런 질문 많이 받았다. 양을 공개해 달라는 말씀들이다. 우선, 관심에 감사드린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양(量)은 공개하기가 저어하다. 그래서 질(質)만 공개한다고 거듭 말씀드린다. 오늘 이야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S를 받은 횟수는 중요치 않다. ‘왜, 어떻게’ 그것이 핵심이다. 그 두 가지,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이 가는 길이다. 또 지향하는 가치다.
웬 팔불출? 팔불출이 맞다
팔불출의 시대다. 자기를 잘 드러내야 한다. 그런 시대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이건 소위 쌍팔년대 이야기다. 시대가 바뀌었다. 자랑하지 말 것 8가지를 자랑하는 사람이 팔불출(八不出)이다. 그 8가지가 뭐냐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8가지 좀 민망하다. 선입견일 수 있다. 검색하면 금방 확인된다. 자랑할 줄 아는 시대, 즉 팔불출 시대가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여러 번 소개한 주전자 이야기 다시 한다. 할 이야기가 없어서? 아니다. 팔불출 이야기를 위해 주전자를 소환한 것뿐이다. 칼럼 초기에 사물인 주전자가 어떻게 무궁무진의 가능성을 가진 우주가 되었는지를 코칭의 눈과 손으로 더듬어 찾았다. 주전자를 탐색하던 이십여 년 전,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나는 주전자 맞나? 나는 우주가 맞나? 오늘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팔불출 이야기라 이해를 미리 구한다.

주전자가 맞나? 우주가 맞나?
주전자에 대한 뜨거운 탐색은 우주를 찍고 휴식 시간이 되어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분위기상 그 짬에도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이야길 하려고 주전자를 우주로 만드나?’ 삼삼오오 나누던 이야기다. 다시 스님을 따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자 이제 주전자 자리에 ‘스스로’를 올려놓아라. 관찰해라. 그리고 사물인 주전자를 우주로 만들었듯, 네가 우주인 이유를 설명해라. 지금부터 너를 자랑해라. 이런 주문이 왔다. 당시 기억으로 이런 분위기 좋아하지 않았었다.
원형 자리 배치는 다행이었다. 내 차례는 후반부, 나보나 먼저 이야기하는 30여명이 있다. 참고할 소재가 최소 30개 나온다는 계산이다. 이런 고약스러운 주제를 먼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운(?)이다. 안타깝게도 그건 나만의 기대였다. 앞선 30여명 모두의 답이 같았다. 참고할 내용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듣는 내내 매우 안타까움이 커졌다. 그분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고, 지금도 가끔 보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 다만, 주로 스펙 위주 이런 거였다. 초등학교를, 중학교를, 고등학교를,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모범적으로…, 1번 선수가 그 길로 가니 그 길이 모범답안이 되었다. 그러니 시간이 짧다. 그만큼 내 차례도 금방 왔다.
그래서 나의 길을 가려 했다. 아니, 정확한 답은 ‘같은 길을 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들과는 결이 좀 달랐다. 그들의 우주에 비해 부족했다. 그래서 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발표를 마친 뒤, 그 이상한 일은 다시 계속되었다. 남은 사람들도 앞선 사람들의 길로 갔다. 사실 혼자 가면 길이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가면 길이 된다. 그럼, 나의 발표는 길이 아니었나? 이를 운영하는 스님이 요구한 우주와는 달랐던 건가?
나는 이렇게 시작했다.
38등의 반란, 파장은 컸다
여러분들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 반에서 38등이였던 사람 이야기고 중고등학교 시절 맡은 학급 내 직책이 ‘미화부장’ 한 번이 전부인 사람 이야기다. 실제로 반에서 38등을 했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화두를 던진 스님까지 ‘저 보살이 무슨 이야길 하려고?’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봤다.
38등과 미화부장, 이 두 단어는 정적을 만들었다. 전교 1등과 반장을 놓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하던 동료들 귀에는 낯선 이야기였을 터다. 또 그저 웃음 소재로 들릴 수 있었다. 산사의 저녁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속으로 안도했다. 아, 통하는구나. 지금까지 누구도 다른 동료의 웃음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터라 서로에게 신기했다. 앞서 2~3분 걸리던 시간이 10여 분간 이어졌다. 누구도 지쳐라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푼 썰, 미화부장이 된 사연은 이렇다. 고2 반장선거. 다들 그 시절을 생각해 보시라. 반장은 대체로 반 1등이나 그 주변 친구들 몫이다. 원래 그래왔고, 선생님들이 그걸 원했던 바다. 그럼에도 형식적이지만, 반 학생들이 추천한다. 그래서 전교 38등쯤에 해당하는 나는 반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말해 공직 운명이 아니었다.
뒷자리 짓궂은 친구가 볼펜으로 등을 쿡 찌르며 불쑥 "너 반장 한번 해라" 한다. 대꾸할 틈도 없이 그 친구에 의해 내 이름이 불렸다. 순간 교실은 웅성웅성. 임모가 반장이 된다고? 담임이 거든다. 반장 선거를 장난으로 하지 마라. 순간 나는 반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투표 결과 한 표를 받았다. 추천한 그 친구 표도 없었다. 그 한 표의 주인이 누군지는 상상에 맡긴다. 그래서 한 표로 차점을 받은 나는 미화부장이라는 ‘가문에 올라갈 공직’을 맡게 된 것이다. 반장 후보는 나를 포함해 3명이었고, 나는 3등 한 셈이다.
성찰이 갖고 온 자신감이었다
10여 분 동안 내가 한 이야기들은 '전교 1등 릴레이'에서 완전히 벗어난 스토리였다. 좀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휴식 시간에 많은 동료가 말했다. 재미나게 들었다. 실제로 그랬냐?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등 피드백의 스펙트럼이 태평양 급이었다. 듣고 있던 스님의 "내가 이래서 이런 시간을 갖는다"라는 말씀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실제 영향을 미쳤다. 나보다 앞선 발표자 중 발표를 포기한 동료가 있었다. 내 발표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객관적 스펙이 본인 보다 못한 나의 발표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재미로, 관심거리로, 또 용기로 작용했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뿌듯함이었고, 겸손함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건 생존(生存) 이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의 힘이다. 산사를 찾았던 2001년 당시, 코칭이 뭔지 몰랐다.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 성찰이었다. 스님이 우리에게 내준 화두는 ‘너를 성찰해라. 그래서 네가 왜 우주인지를 생각해라. 너도 우주인 주전자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때 그걸 읽었다. 화두를 던진 스님의 뜻, ‘나에 대한 성찰’, 그것이었다.
다른 동료들이 ‘일상적인 자기소개 시간’으로 이해한 것과는 그래서 매우 달랐다. 이해와 성찰의 차이다. 코칭은 성찰이다. 이해도 맞지만, 이해는 성찰에 많이 미치지 못한다. 지금 코칭에 대입해 보면 그것은 분명 성찰이었고, 그 성찰은 코칭으로 연결되었다. 성선설의 내적 결과인 자신감이 성찰과 만났다. 성찰이라는 우주 관문을 통과한 ‘38등 주인공의 자신감’이 작은 산사의 밤 공기에 실려 동료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더임코치의 컨피던스 코칭은 성찰에서 시작한다. 존재를 인정한다. 그렇게 자신감이 된다. 그리하여 가능성과 잠재력은 현실이 된다. 코칭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공통으로 말한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의 말이다.
참고로, 그간 쓴 '주전자 시리즈'는 용타스님이 운영하는 동사섭 프로그램임을 밝힌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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