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르네상스 열쇠는 주민...“지자체도 원전 사업할 수 있어야”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2. 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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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워크숍]
“주민에게 확실한 혜택 돌아가야”
국내 원전 확충해야 산업 지속 가능
박석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전 두산에너빌리티 상무)가 24일 열린 NEXFO 워크숍에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위한 공론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원전 산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원전 인근 지역 주민부터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원자력계 내부에서 나왔다. 업계와 학계가 지역 주민 지원을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해외 원전 수주는 변동성이 큰 만큼, 국내 원전을 최대한 확보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석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전 두산에너빌리티 상무)은 24일 열린 ‘원자력 지속가능성에 대한 NEXFO 워크숍’에서 “원전 산업 재도약을 위해서는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위원은 “우리 원전 산업을 살리려면 일단 국내에 최대한 원전을 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원전을 계속 건설하고 운영해야 산업 생태계와 경쟁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수출을 말하기 전에 우리가 원전을 잘 쓰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주민 반발은 최대 병목 중 하나다. 현재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공시설 개선, 전기요금 보조, 교육 등의 복지가 제공되지만, 정작 주민들은 혜택이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수천억 원의 지원금이 있지만, 집행 과정이 불투명한 것도 불만 요인이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원전 사업을 벌이고 전력을 싸게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지원금을 일일이 나누다보면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며 “원전 유치가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확실한 혜택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대안은 ‘값싼 전력 공급’이다. 지자체가 원전을 운영하고, 거기서 나온 전력을 지역에 한해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전력 단가가 낮아지면 기업과 데이터센터 등이 지역에 들어오고 지역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발전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지역 원전에서 만든 전기는 전국에 같은 단가로 분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전의 발전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약 60원이지만, 전력 시장에서는 약 110원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지자체가 원전을 운영해 원가로 공급한다면, 지역 주민들은 절반 가격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원전을 원하는 지역이 많아지고, 국내에 원전을 확대할 여지가 커진다는 게 박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처럼 중앙통제식의 원전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에 원전 사업 권한을 줘야 국내 원전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원자핵공학과 교수)은 “전남 신안군에서 운영 중인 햇빛연금처럼 원자력계도 재생에너지 분야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안군은 주민 참여형 태양광 발전소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눈다. 1인당 연간 최대 272만 원 이상을 받을 정도로 주민 체감이 크다.

이런 변화가 짧은 시간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수원 중심의 원전 사업 구조도 대폭 바꿔야 하고, 개정해야 할 관련법도 많다. 원자력계 내부의 반발도 있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는 “원전 같은 국가적 의제에 지역 주민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맞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원전은 주민들의 적극 참여가 필요한 시설”이라며 “주민들의 공감 없이는 원전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주민들이 원전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혜택을 포함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원전 근처에 살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믿음도 적지 않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지난 23일 원전에 가까이 사는 주민들의 암 사망률이 멀리 사는 주민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원전과 암 사망률 관계를 분석한 결과, 약 11만 5000명이 원전 때문에 암에 걸려 사망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구의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해당 연구가 실제 방사선 피폭량을 분석하지 않았고, 직업 같은 주요 변수도 배제한 만큼 원전 근처에 살아서 암에 걸렸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했다. 짐 스미스 포츠머스대 환경과학과 교수 역시 “연구는 원전이 암을 어떻게 일으키는지가 밝혀지 않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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