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읽기 욕구 자극하는 과학 교양서

[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최고의 과학 교양서(교양 과학서) 중 한 권으로 일컬어지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증보판이 20여 년 만인 최근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우주의 기원부터 지구 생명과 인류의 등장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알기 쉽게 풀어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이다. 아울러 현존하는 최강의 망원경이라 일컬어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탄생 여정과 우주의 비밀을 좇는 리처드 파넥의 책 『우주를 깨우다』도 과학도와 애독자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 교양서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출판 분야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기치로 삼은 민음사 출판그룹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가 1997년에 설립된 지도 30년 가까이 되었고, 이후 국내 과학 저술가 발굴에 앞장선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들이 과학 교양서 출판에 나서면서 '재미있는 과학책'은 매우 보편적인 분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여러 분야의 책을 고루 펴내는 종합출판사들에서도 과학책과 과학 교양서를 펴내는 곳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해외 저자들만이 아니라 최재천, 정재승, 김대식, 김상욱, 김범준, 이정모 등 국내 스타급 과학자들의 신작은 서점가에서 화제가 된다. 천문학자 이명현이 운영하는 서울 삼청동의 과학책방 '갈다'에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어렵다고 인식되기 쉬운 과학을 대중의 언어로 전달하는 전문가(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양성하고 좋은 과학책을 소개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과학 교양서는 과학 전문 서점들의 좋은 책 추천 활동에 힘입어 출판시장 확대에 기여한다. 전국 지역서점의 정보 플랫폼 구실을 하는 '동네서점'은 과학책방 다섯 곳이 선정한 '2025 과학책방 올해의 책'을 2026년 2월 9일 공개했다. 서울의 '갈다', 대전의 '쿠아', 세종의 '사이', 부산의 '동주', 순천의 '모따' 등 과학책방지기들이 2025년에 국내에서 발행된 과학기술 관련 책 중에서 14종을 선정한 것이다. 총 7개 주제에 걸쳐 2종씩의 책을 꼽았다.

연간 선정 도서만이 아니다. 이들 과학책방은 매월 과학책방 추천서를 발표한다. 예를 들어 올해 1월의 책으로는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과학자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기록한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지음, 과학카페 쿠아 추천), 버섯의 입장에서 선언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인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이르지 드보르자크 지음, 과학책방 갈다 추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존재로 남을까를 묻는 『인간 존재의 의미』(에드워드 윌슨 지음, 동주책방 추천), 외계인 생명을 찾아 나선 인류의 흥미진진한 우주 항해 기록 『우리를 찾아줘』(제이미 그린 지음, 과학책방 모따 추천)를 꼽았다.
책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지표 제시도 신선하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의 경우 "읽힘 4.5점, 흥미 4.0점, 배움 4.0점, 감동 5.0점" 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가독성도 높은 편이고 감동할 만한 책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 등의 식당 정보에서 5점 만점 기준으로 평점이 높은 식당을 다른 이용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소개된 책들은 항목별로 최소 4.0점 최고 5.0점으로 나름의 우수성을 검증받은 책들이다.
대체로 문과 출신들에게 소설이 가장 인기가 있는 도서 분야인 것처럼, 이과 전공자들은 상대적으로 과학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과학 교양서는 그 특성상 특별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독자 성향과 무관하게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이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과학 교양서는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존재들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지식을 확장하는 데 요긴한 독서 자료다. 과학책방의 북큐레이션과 흥미로운 책 추천처럼, 과학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자극하는 다양한 촉진 채널이 널리 활성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