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읽기 욕구 자극하는 과학 교양서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2026. 2. 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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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분야 코너에서 독자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이미지=생성형 AI이미지 

[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최고의 과학 교양서(교양 과학서) 중 한 권으로 일컬어지는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증보판이 20여 년 만인 최근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우주의 기원부터 지구 생명과 인류의 등장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알기 쉽게 풀어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이다. 아울러 현존하는 최강의 망원경이라 일컬어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탄생 여정과 우주의 비밀을 좇는 리처드 파넥의 책 『우주를 깨우다』도 과학도와 애독자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 교양서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출판 분야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를 기치로 삼은 민음사 출판그룹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가 1997년에 설립된 지도 30년 가까이 되었고, 이후 국내 과학 저술가 발굴에 앞장선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들이 과학 교양서 출판에 나서면서 '재미있는 과학책'은 매우 보편적인 분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여러 분야의 책을 고루 펴내는 종합출판사들에서도 과학책과 과학 교양서를 펴내는 곳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해외 저자들만이 아니라 최재천, 정재승, 김대식, 김상욱, 김범준, 이정모 등 국내 스타급 과학자들의 신작은 서점가에서 화제가 된다. 천문학자 이명현이 운영하는 서울 삼청동의 과학책방 '갈다'에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어렵다고 인식되기 쉬운 과학을 대중의 언어로 전달하는 전문가(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양성하고 좋은 과학책을 소개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교보문고는 지난 설 연휴에 맞춤하여 '책과 함께하는 완벽한 휴가' 기획 행사를 실시했는데, 긴 연휴 기간에 맞춰 분량이 두꺼운 벽돌책들을 소개했다. 이 목록에는 과학 교양서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등도 포함되었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집계한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30종에도 이 책들은 최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연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과학 교양서가 대부분이라는 점,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의 경우 전년도에 이어 꾸준한 판매력을 보이고 있으며, 여전히 해외 저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다양한 출판사들이 이 분야의 출판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보문고의 2025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30종 정리 리스트. 

과학 교양서는 과학 전문 서점들의 좋은 책 추천 활동에 힘입어 출판시장 확대에 기여한다. 전국 지역서점의 정보 플랫폼 구실을 하는 '동네서점'은 과학책방 다섯 곳이 선정한 '2025 과학책방 올해의 책'을 2026년 2월 9일 공개했다. 서울의 '갈다', 대전의 '쿠아', 세종의 '사이', 부산의 '동주', 순천의 '모따' 등 과학책방지기들이 2025년에 국내에서 발행된 과학기술 관련 책 중에서 14종을 선정한 것이다. 총 7개 주제에 걸쳐 2종씩의 책을 꼽았다.

▲재미있게 덕질할 수 있는 책으로 『믿거나 말거나, 과학(X)입니다 : 우리는 왜 터무니없는 것들을 믿게 되는가?』(크리스 프렌치 지음), 『재밌어서 밤새 읽는 똥 이야기』(사마키 다케오 지음), ▲아이와 어른 모두 읽을 만한 책에는 『엄청 작은 생물들이 궁금해! : 현미경 과학』(애나 클레이본 지음), 환경 그림책 『고래가 죽으면 : 100년 동안의 경이로운 먹이사슬』(에구치 에리 지음),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책으로는 『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 :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 중첩과 얽힘이 만든 신비로운 세계』(박인규 지음),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레이 커즈와일 지음),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책에는 『비표준 노트 : 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가지 그래프』(팀 샤르티에, 에이미 랭빌 지음), 『뒷마당 탐조 클럽』(에이미 탄 지음), ▲가장 보물 같은 책에는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전대호 지음), 『우주탐사의 역사 : 물리학 지식과 함께하는 인류의 우주탐사 발자취』(윤복원 지음), ▲아주 쉽게 술술 읽히는 책으로 『웃기는 우주과학 코스모스웩』(원작 코스모스웩), 『숏과서 : 숏폼으로 보는 과학 교과서』(김준연 지음), ▲힘들 때 읽으면 좋을 책에는 『극한 생존 : 지구상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피어난 생명의 경이로움』(알렉스 라일리 지음), 장편소설 『외계인 자서전』(마리-헐린 버티노 지음) 등이 그 목록이다. 큐레이션 감각이 돋보이는 재미난 주제 분류와 그림책이나 소설을 포괄하는 장르 장벽의 해체가 과학책 도서 목록을 빛나게 한다.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당장이라도 찾아 읽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 소개법이다.
과학책방 다섯 곳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출처= 동네서점 https://blog.bookshopmap.com/scitech-books-2025/)

연간 선정 도서만이 아니다. 이들 과학책방은 매월 과학책방 추천서를 발표한다. 예를 들어 올해 1월의 책으로는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과학자가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기록한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지음, 과학카페 쿠아 추천), 버섯의 입장에서 선언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인 『미코, 버섯의 모든 것』(이르지 드보르자크 지음, 과학책방 갈다 추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존재로 남을까를 묻는 『인간 존재의 의미』(에드워드 윌슨 지음, 동주책방 추천), 외계인 생명을 찾아 나선 인류의 흥미진진한 우주 항해 기록 『우리를 찾아줘』(제이미 그린 지음, 과학책방 모따 추천)를 꼽았다.

책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지표 제시도 신선하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의 경우 "읽힘 4.5점, 흥미 4.0점, 배움 4.0점, 감동 5.0점" 등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가독성도 높은 편이고 감동할 만한 책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 등의 식당 정보에서 5점 만점 기준으로 평점이 높은 식당을 다른 이용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소개된 책들은 항목별로 최소 4.0점 최고 5.0점으로 나름의 우수성을 검증받은 책들이다.

대체로 문과 출신들에게 소설이 가장 인기가 있는 도서 분야인 것처럼, 이과 전공자들은 상대적으로 과학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과학 교양서는 그 특성상 특별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독자 성향과 무관하게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이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과학 교양서는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존재들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지식을 확장하는 데 요긴한 독서 자료다. 과학책방의 북큐레이션과 흥미로운 책 추천처럼, 과학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자극하는 다양한 촉진 채널이 널리 활성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