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반대” 대전 민심에 親민주 우군까지 등 돌려… 대전·충남 통합법 급제동 왜?

김창희 기자 2026. 2. 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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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대전·충남안 처리 보류… “전방위적 반대 여론에 부담” 분석
진보 5개 야당·251개 시민단체·민주노총까지 “졸속 추진 중단” 한목소리
시민들 오픈채팅방서 “우리가 막았다”안도속 “대전팔이 정치인 잊지 말자”
대전시의회에 앞에 시민들이 보낸 통합반대 근조 화환들.

대전=김창희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에 두고 사실상 좌초 수순에 접어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광주·전남 통합법은 통과시킨 반면, 대전·충남안은 지역 여론 수렴 부족을 이유로 처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는 통합에 대한 대전 시민들의 높은 반대 여론뿐만 아니라, 그동안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 노동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반대에 나선 것이 결정적인 급제동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 민심 읽은 법사위, 대전·충남안 보류… “여론 찬성 높지 않아”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전·충남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다”는 점을 명시하며 대전·충남 및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보류했다. 당초 민주당은 3개 권역 통합법을 일괄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와 더불어 대전 지역의 심상치 않은 민심에 결국 선택적 처리로 선회했다.

실제로 최근 대전시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시민의 71.6%가 주민투표 필요성에 압도적으로 공감했고, 통합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41.5%)가 찬성(33.7%)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특히 지방선거의 캐스팅보트인 2030 세대의 반대 여론이 50%를 상회하면서,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다가올 6·3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진보 야당·시민단체·민주노총까지… “민주당 우군도 반대”

이번 급제동의 배경에는 단순한 지역 여론을 넘어선 진보 진영 전체의 반발이 있었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정의당 등 진보 진영 5개 야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명의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충분한 숙의 없는 졸속 추진은 심각한 갈등과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경고장을 날렸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압박도 거셌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251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될 수 있도록 본회의 상정 시점을 조정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평소 민주당과 궤를 같이해온 민주노총까지 행정통합 강행 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민주당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가 됐다.

■ 이장우 시장 “유보 잘한 일” vs 민주당 “국힘의 배신”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국회 앞 시민집회에 참석해 법사위의 유보 결정을 “아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시장은 “재정권과 고도의 자치권이 빠진 민주당의 껍데기 통합 법안으로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없다”며 “시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항구적인 재정 지원과 인사·조직권이 보장되는 법안이 만들어질 때만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통합 무산을 기정사실화했다.

반면 민주당 충남대전통합 특위는 “통합을 먼저 제안한 쪽이 법안 처리 단계에서 돌아섰다”며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과 시·도의회를 향해 “지역의 미래를 걷어찬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3월 초 국회를 재소집해서라도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우리가 막아냈다”… 격앙된 대전 시민들 “대전팔이 정치인 잊지 말자”

온라인상에서는 행정통합 반대 운동을 벌여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꿈돌이 수호단 등 대전 지역 오픈채팅방에서는 이번 보류 결정을 두고 “시민들이 막아낸 결과”라며 안도하면서도, 통합을 추진해온 정치인들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대전시민에 대한 내란”, “계엄 때보다 더한 입법 독재를 실감했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주민투표 없이 통합하려 했던 무리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대전팔이 9적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등 향후 지방선거에서의 심판을 예고하는 발언들이 줄을 이었다. 한 시민은 “대전의 광역시 지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감시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6·3 지방선거 구도 원점… 대전시장·충남지사 각자 선출 가능성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6·3 지방선거 구도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통합특별시 단일 단체장 선출 시나리오가 사라지면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각각 선출하는 기존 체제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 후보군의 셈법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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