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관세 위법 판결···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중국 협상력 강화”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협상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현지시간) 양국이 각자의 경제 모델에 대한 장기적 자신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등 ‘관리된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은 대규모 양보보다는 취약한 휴전 상태를 연장하는 수준의 온건한 결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라 슈먼 전 미 무역대표부(USTR) 중국 담당 수석대표는 SCMP 인터뷰에서 최근 관세율 조정이 핵심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실효 관세율이 약 20%에서 15% 수준으로 낮아져 다른 주요 교역국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슈먼은 “이제 중국은 다른 무역 상대국과 더 비슷한 조건에 놓이게 됐다”며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보다 “훨씬 더 자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비대칭적 비관세 조치로 대응할 의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미국의 목표 역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경제 자립도를 높인 상황에서 더는 구조 개혁을 압박하기보다는 희토류 수출 지속 등 “일정 수준의 안정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당시 USTR 법률고문을 지낸 스티븐 본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단기적으로 양측이 모두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고 판단하면 합의 도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어느 한쪽도 궁지에 몰렸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격화시킬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중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이번 판결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에 “상당히 편안한 환경”이 될 수 있다면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지렛대로 활용해 온 중국이 이미 일정 부분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이 추가 압박을 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담 결과 역시 “온건하고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판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15% 인상 조치를 미국 내부 갈등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허윈 후난대 공공관리학원 부교수는 24일자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이번 판결이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미국 정치체제 내 ‘권력 경계’를 둘러싼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확대해 의회의 견제를 우회하고 무역 정책을 백악관 중심으로 집중시키려는 시도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삼권분립 체계를 제도적으로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법 공방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미국 헌정 질서의 하한선과 향후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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