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추격 무섭나… TSMC, 대만서 10여개 팹 동시 확장
삼성도 가동률 끌어올려… HBM 패키지로 승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가 대만 내에서 설비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경쟁으로 밀려드는 파운드리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2위인 삼성전자가 추격할 틈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근 파운드리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미세공정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대만 북부·중부·남부 과학단지 전역에서 현재 건설 중이거나 올해 착공이 예정된 공장이 최대 1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의 중심에는 신주 팹 20과 타이중 팹 25가 있다. 회사는 2나노, A16, A14 등 최첨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 역량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신주 바오산에 위치한 12인치 팹 20에서는 P3 및 P4 공장의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이며, 해당 시설은 차세대 2나노 이하 공정의 생산 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중부 대만 과학단지에 조성되는 팹 25는 1.4나노 공정의 핵심 거점으로 개발되고 있다. 총 4개 공장이 들어설 계획이며, 지난해 말 기초 공사가 시작됐다. 오는 2027년 말 리스크 생산에 돌입한 뒤 2028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부 지역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오슝 팹 22의 경우 P1은 지난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했으며, P2는 장비 반입을 마치고 시험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
P3는 건물 구조 공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P4와 P5 공장도 이미 착공에 들어갔으며, 5개 라인 모두 2027년 4분기까지 완전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이같은 생산 거점 확장은 글로벌 AI 관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거점들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할 경우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영역에서 더욱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약 450억달러(약 65조원)의 설비투자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지난해 집행한 409억달러(약 59조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설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으나, 최근 실적발표에서 전체 투자 규모가 지난해(52조7000억원)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 71%(330억6300만달러·약 48조원)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같은 기간 6.8%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테슬라와 애플 등에서의 수주 낭보를 전하며 점유율을 점차 끌어올릴 기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평택 파운드리 가동률이 80%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적자가 지속되던 파운드리 사업도 점진적인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동률이 5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없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패키지로 활용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 사업을 모두 갖춰 AI가 요구하는 제품 생산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TSMC의 우위를 점치고 있지만 시장 변수에 따라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가 유지되는 한 TSMC의 생산능력 우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과도한 증설로 인해 AI '캐즘'(일시적 성장정체) 시기에 진입할 경우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고, 이는 삼성에 기회"라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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