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약후보 찾으면 양자컴이 선별·검증"

인공지능(AI)에 양자 과학기술을 더해 과학계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AI가 신약 후보를 제시하고 양자컴퓨터가 선별·검증하는 가상 실험실 시스템이나 필요한 수준의 독성을 내는 화학성분 등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
권태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기술원은 2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한라홀에서 열린 '2026 테크&퓨처 인사이트 콘서트'에서 AI와 양자컴퓨팅 기술을 조합해 신약을 찾는 플랫폼 '퀀텀폴드'를 소개했다.
신약 개발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보통 10년 이상 걸리고 성공률도 낮아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권 선임기술원은 "저는 순수한 생명공학자였지만 AI와 양자까지 배우게 됐다"며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제시하는 혁신적인 AI 도구 '알파폴드'에 양자기술을 더해 퀀텀폴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퀀텀폴드에서는 QAOA와 VQE라는 양자알고리즘이 활용된다. AI가 먼저 신약 후보를 제시하면 최적화 알고리즘인 QAOA 알고리즘이 유망한 구조를 선별하고 분자의 에너지 상태를 계산하는 VQE가 분자구조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개념이다.
권 선임기술원은 "8개의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해 실험 프로토콜을 진행하며 서로 추론한다"며 실시간 돌연변이를 구현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선임기술원이 이끄는 퀀텀(양자)AI바이오 실증연구실은 양자컴퓨팅을 통한 AI바이오 실증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비양자 인력으로부터 퀀텀AI바이오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남식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교수는 "2017년부터 AI가 신약개발에 적용될 것인지 논의가 시작됐다"며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자가 AI와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인과관계 설명이 불확실한 AI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한 교수팀은 양자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장기후유증(롱코비드)과 연관된 단백질 등 생체 지표를 전통적인 방식보다 정확하게 제시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2월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바이오인포매틱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하기도 했다.
정근홍 육군사관학교 물리화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세상에 수없이 많은 종류의 물질이 있는데 필요한 물질을 하나하나 실험으로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며 "국방과학연구소 요청에 따라 양자알고리즘으로 적정한 독성을 내는 화학무기 성분을 찾아 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한 환경에서 버티는 내열합금 등 소재 설계에도 AI와 양자를 적용하는 시도가 나온다. 예를 들어 금속원소 중 5개를 선택하기만 해도 65만8008가지의 원소 조합이 나온다. 구성 비율을 5% 단위로만 변화시켜도 여기에 수백배를 곱한 가능성이 나오고 공정 조건 등이 조합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최근수 퀀텀인텔리전스 수석연구원은 "양자알고리즘은 기하급수적으로 넓은 영역을 탐색할 수 있다"며 "문제의 중요도에 따른 최적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분야 전문가와 양자 연구자의 협업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전략기술인 양자컴퓨터는 기존 고전컴퓨터(슈퍼컴퓨터)로는 계산이 너무 오래 걸려 사실상 해결이 불가능한 유형의 문제를 풀 수 있다. 신약과 화학물질 탐색 외에도 물류나 암호 해독 등 인류 기술 전반에서 한계를 돌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컴퓨터는 특히 최적화 문제에 강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유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배준우 KAIST 교수는 "우리가 아는 산업계 문제는 대부분 최적화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박경덕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양자와 AI가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학습 데이터 생성은 양자컴퓨터가, 학습과 추론은 AI가 담당한다는 '양자머신러닝' 개념이다. 박 교수는 양자컴퓨터와 AI의 결합은 빅데이터보다는 특히 소규모지만 복잡한 데이터를 다룰 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단독으로 활용되기보다는 슈퍼컴퓨터, AI와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양자컴퓨터가 단순한 하드웨어 차원의 경쟁이 아닌 생태계 경쟁이라는 관점들이 제시됐다.
표창희 한국IBM 상무는 "양자컴퓨팅이 이제 장비 경쟁 아니라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Quantum-centric supercomputing)' 개념을 제시하고 "과학 발전의 핵심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정형주 파스칼코리아 상무도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전략 인프라 성격을 갖고 국가경쟁력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최고양자책임자(CQO)는 한국의 승부처로 필수 도구인 '킬러 앱' 개발을 제시했다. 산업별 핵심 문제를 빠르게 정의하고 실증 가능한 사례를 축적해 킬러 앱을 선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미래양자융합포럼과 함께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양자 기술과 AI의 결합이 가져올 산업계 변화를 조망하고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퀀텀AI는 디지털 컴퓨팅의 한계를 보완하고 AI의 활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게임체인저"라며 "퀀텀AI 연구 및 실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약 개발·신소재·국방·보안 등 주요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넓혀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93/bioadv/vbag050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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