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폭발 vs 힐링 감성…요즘 예능 ‘극과 극’

손미정 2026. 2.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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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운명전쟁49’·돌아온 ‘미스터리 수사대’
도파민 잔치 속 ‘보검매직컬’·‘태리쌤’ 등 존재감
“다양성 차원에서 지금은 선한 예능 해야 할 때”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파민의 시대다. 강한 자극과 즉각적인 쾌감이 ‘재미’로 치환된 지 오래다. 즐거움을 준다는 목표 아래, 시청자들이 원하는 자극을 붙잡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도 덩달아 거세졌다. 각본 없는 서바이벌의 짜릿함,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반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설정까지. 더 강한 설정과 더 센 캐릭터, 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다.

최근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있는 디즈니+의 예능프로그램 ‘운명전쟁49’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에 놓인 사례다. 서바이벌 예능의 새 영역을 제시하며 야심 차게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무속인들이 모여 각자의 ‘영검함’을 겨룬다는 설정만으로도 충격과 재미가 가득하다. ‘새로운 도파민’을 향해 진화한 결과물이자, 지금 예능 시장이 어디까지 달려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tvN 제공]

최근 예능 시장의 도파민 잔치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결의 프로그램들이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tvN ‘보검매직컬’과 ‘방과후 태리쌤’, 그리고 MBC ‘마니또 클럽’이다. 미스터리나 갈등을 파고들며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대신, 소소한 일상과 유대감이 만들어내는 편안한 감동이 이들 예능의 공통점. 자극 대신 온기를, 경쟁 대신 관계를 내세운 힐링 예능들이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착한 예능’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논란의 ‘운명전쟁49’…하지만 성적표는 달랐다

디즈니+의 ‘운명전쟁49’는 무당과 타로마스터, 역술가 등 49명의 ‘운명술사’가 모여 미션을 수행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국경을 막론하고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인 ‘운명’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론칭 전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처음 공개된 프로그램은 기대에 부응하듯 화려한 의상과 무구(巫具)를 뽐내는 참가자들과 파격적인 미션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타인의 운명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운명술사들의 점사와 점술, 사주풀이가 만들어낸 놀라움과 충격은, 시청자들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자극을 안겼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하지만 믿음과 불신의 틈을 파고든 프로그램은 공개와 동시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커뮤니티에서는 프로그램으로 보이는 운명술사들의 실력이 실제가 아니며, 상당 부분이 제작·편집 과정에서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윽고 2화 ‘망사 사인 맞히기’ 미션에서 순직 소방관과 순직 경찰관의 사인을 미션 소재로 사용하고, 부적절한 표현까지 썼다는 지적이 일며 논란은 더 거세졌다.

제작진은 24일 고인(故人) 모독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프로그램에 등장한 순직하신 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무속인 출연자가 점사를 보던 중 부적절한 언어와 묘사가 등장한 부분에 대해서 순직하신 분들, 상처를 받으셨을 유가족분들, 동료분들,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운명전쟁49’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운명전쟁49’는 23일 현재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홍콩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다. 프로그램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TV쇼 부문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컨슈머인사이트 OTT K-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자 평가 리포트에서는 시청자 만족도에서 72점을 얻으며 론칭 콘텐츠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오는 27일 첫 공개되는 ‘미스터리 수사단’ 시즌2로 도파민 사냥에 나선다. 이용진·존박·혜리·김도훈·카리나·가비로 구성된 수사단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어드벤처 추리 예능이다. ‘데블스 플랜’과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이끈 정종연 PD가 2024년에 선보인 ‘미스터리 수사단’의 두 번째 이야기다.

시즌2는 전 시즌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진화한 미션으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SF, 스릴러, 공포 등 장르의 결이 다른 3가지 사건이 하나의 세계관을 하나로 이어 미스터리 어드벤처의 쾌감도 극대화했다. 무엇보다 미스터리라는 소재를 야외로까지 확장해 현실감을 살린 것이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 PD는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이야기와 익숙한 이야기를 두루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면서 “영화 같은 짜릿함과 화려함, 논스크립트만의 리얼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파민보다 필요한 건 힐링…‘착한 예능’이 왔다

온갖 자극으로 가득한 예능의 진화 사이에서 힐링 예능의 등장도 눈에 띈다. 화려한 세트, 예측 불허의 반전 대신 익숙한 무대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그려내는, 조금 느리지만 따뜻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운 예능들이다.

지난달 말 첫 문을 연 tvN ‘보검매직컬’은 외딴 시골 마을 이용사가 된 박보검이 마을 사람들과 만들어 내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예능이다.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함께 다듬어 준다’는 콘셉트로, 박보검과 절친한 사이인 이상이와 곽동연이 각각 고객 응대와 요리 담당으로 활약한다.

[tvN 제공]

프로그램은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예능을 지향한다. 낯선 세 명의 청년을 향한 시골 마을 사람들의 순수하고 정감 어린 관심과 이들에게서 듣는 다양한 사연들, 그리고 보검 매직컬과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무해한 온기가 이미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이다.

실제 가장 최근(20일) 방송된 tvN ‘보검 매직컬’ 4회의 방송 시청률은 전국 가구 평균 3.4%(최고 4.6%), 수도권 가구 평균 3.5%(최고 4.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전국과 수도권 모두 평균 1.7%, 최고 2.2%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 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용사 국가 자격증을 가진 박보검이 점차 진짜 ‘이용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주는 쏠쏠한 재미 중 하나다. 박보검은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예능이 많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함께하고 싶은 멋진 예능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tvN 제공]

지난 22일에는 무해한 즐거움으로 가득찬 또 하나의 예능이 공개됐다. tvN ‘방과후 김태리’다. 프로그램은 전교생이 18명뿐인 시골 학교에 방과후 연극반 선생님으로 초빙된 김태리가 아이들과 함께 연극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이다. 배우 김태리의 첫 예능 도전작이기도 하다.

첫 화에서는 선생님이 처음인 김태리가, 연극이 처음인 아이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첫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과, 선생님이라는 무게를 실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연극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김태리의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기에 아이들과 놀다가 제 일을 까먹는 보조 선생님 최현욱의 엉뚱한 모습들까지 더해지며 웃음과 감동을 남겼다.

‘방과후 김태리’는 즐거움이라는 예능의 존재 목적에 더해 당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방 소멸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프로그램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지방 초등학교까지 시즌제로 연극반이 운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벌써 나온다.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점에서 과거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양심 냉장고’ 등 이른바 ‘착한 예능’과 결이 비슷하다.

[tvN 제공]

박지예 PD는 “한창 프로그램 기획하게 됐을 때 지방 소멸 시대라는 기사도 많았고, 그와 맞물려 폐교되는 작은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기사도 접했다”면서 “예능이지만 현실에 도움이 되는 의미가 있는 프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 예능 ‘마니또클럽’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마니또클럽’은 정체를 들키지 않고 깜짝선물을 전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총 12회차 분량의 세 시즌으로 방송되며, 1차 출연진으로는 제니, 덱스, 추성훈, 노홍철, 이수지 등이 출연해 활약을 펼쳤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선물’보다는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상대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고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는 온기에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역시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를 때 들이던 인간관계의 ‘정’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다.

[MBC 제공]

김태호 PD는 최근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한 것을 할 거냐, 도파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할 거냐 하는 고민에서 이번에도 첫 번째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 지금은 선한 콘텐츠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시청률은 미진하지만, 프로그램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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