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펄어비스만의 소리·모션 담다···'붉은사막' 탄생한 홈 원 스튜디오

장민영 기자 2026. 2. 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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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캡처실 가동···전투 동작 실시간 자체 엔진 연동 시연
3D 스캔·자연소리 녹음···개발 전 과정 사내 구축
7년 개발 ‘붉은사막’ 내달 20일 출시···기술력 검증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이 개발 중인 '붉은사막' 액션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펄어비스 

[시사저널e=장민영 기자]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위치한 펄어비스 신사옥 '홈 원'은 게임 개발을 위한 전문 공간이 마련됐다. 24일 개발사 투어는 모션 캡처 스튜디오, 오디오실, 3D 스캔 스튜디오 등에서 진행됐다.

펄어비스 측은 "설계 단계부터 게임 제작을 전제로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외부 상용 엔진 대신 자체 기술을 축적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온라인 PC '검은사막'을 시작으로 멀티플랫폼 확장을 진행했고, 자체 '블랙 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신작 붉은사막을 개발 중이다. 콘솔과 PC 동시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대규모 오픈월드와 물리 기반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모션 캡처 스튜디오였다. 천장이 높게 설계된 공간에 적외선 카메라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다. 홈 원 내 스튜디오에는 120여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별도로 운영 중인 아트센터 스튜디오까지 합치면 270대 이상이 가동된다. 촬영 구역 중앙에는 와이어 액션과 공중 회전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
배우가 검을 휘두르는 장면이 그대로 게임 화면에 적용된 모습. / 사진=장민영 기자

현장에서는 '붉은사막' 주인공 클리프의 전투 동작 구현 과정을 시연했다. 배우가 검을 휘두르고 구르기 동작을 반복하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엔진에 연동돼 화면 속 캐릭터에 반영됐다. 무기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팀과 액션팀이 반복적으로 재촬영을 진행했다.

개발진은 "원테이크 촬영을 지향하지만 광활한 지역이나 긴 컷신은 분할 촬영을 병행한다"며 "24명의 대규모 인원 동시 촬영을 시도해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한 3D 스캔 스튜디오에는 원형으로 배치된 DSLR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전신 스캔 구역에는 270대, 표정과 근육 움직임을 정밀하게 잡아내는 얼굴(페이셜) 스캔 구역에는 140여 대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한 번의 셔터로 피사체를 360도 촬영해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전신 스캔 구역. / 사진=펄어비스
얼굴(페이셜) 스캔 구역. / 사진=장민영 기자

턴테이블 부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협조로 확보한 유물과 소품, 돌 등을 촬영해 게임 리소스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재은 배경디자인실 디자이너는 "실제 오브젝트를 빠르게 데이터화하면 반복 작업을 줄이고 월드 구성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협조해 확보한 돌을 촬영하는 턴테이블 부스 모습. / 사진=장민영 기자

오디오실에서는 폴리 녹음이 한창이었다. 철창을 긁는 소리, 금속을 부딪히는 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채집해 '거대한 용'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활용한다고 했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는 "세련된 효과음보다 붉은사막만의 액션 타격감을 살릴 수 있는 소리를 선택했다"며 "그래픽이 사실적인 만큼, 소리는 오히려 게임적 상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홈 원 내에는 작곡가 룸과 성우 녹음실 등 10개 안팎의 독립 부스가 마련돼 있어 음악 제작부터 보이스 녹음, 믹싱까지 사내에서 마무리한다. 엔진과의 연동을 통해 나무, 돌 등 소재에 따라 다른 울림을 적용하는 구조도 확인했다.
특수 지형과 소재에서 나오는 자연 소리를 담는 스튜디오. / 사진=장민영 기자 
자연 소리, 특수 소리를 담는 오디오실. / 사진=펄어비스

'붉은사막'은 광활한 '파이웰' 대륙을 배경으로 싱글플레이 중심의 전투와 탐험을 결합한 작품이다. 거리 기반 렌더링과 심리스 로딩을 통해 이동 중 끊김을 최소화했고, 주변 환경과 탈 것을 활용한 전투 설계를 구현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약 7년간 개발을 이어왔으며, 오는 3월 20일 글로벌 동시 출시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3월 20일 글로벌 동시 출시되는 '붉은사막'이 실적 반등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스팀 등 주요 플랫폼에서 위시리스트 200만건을 돌파했으며, 최근 골드행을 마치고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홈 원 투어는 개발 인프라가 어떻게 하나의 결과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모션 데이터는 엔진으로, 스캔 리소스는 월드로, 현장 녹음은 전투와 환경 사운드로 이어진다. 펄어비스는 이 전 과정을 내재화해 대작 개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3월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이 그 기술 검증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오픈월드 액션 모험(어드벤처) 붉은사막은 자체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실사 같은 월드 배경을 강조했다. / 이미지=펄어비스

붉은사막 개발 기술 기반은 차기작 '도깨비'로 이어질 전망이다. 붉은사막 개발 과정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신작 출시 기간을 단축한단 계획이다.

허진영 펄어비스 최고경영자(CEO)도 "블랙 스페이스 엔진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차기작부터는 개발 효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영 펄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붉은사막 출시 이후 상당수 개발 인력을 '도깨비' 팀에 투입해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출시 준비 기간까지 감안하면 '붉은사막' 이후 약 2년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펄어비스는 최근 실적 측면에서는 투자 국면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148억원 기록하며 연간 기준 적자로 전환했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인 '검은사막'과 '이브 온라인'이 업데이트를 통해 매출을 방어했지만, 신작 개발 비용과 마케팅 준비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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