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세포 재활훈련 하니…85세 노신사 청력 좋아져 [기고]

여든을 훌쩍 넘긴 두 어르신이 진료실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의 표정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깊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수십 년간 이어진 노인성 난청과 끈질긴 이명은 단순히 잘 안 들리는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무거운 짐이었다.
두 분의 사연은 특히나 절박했다. 한 분은 이미 보청기를 착용하며 간신히 소통을 이어오던 중, 설상가상으로 보청기를 낀 상태에서 돌발성 난청이 찾아와 남은 소리마저 거의 잃어버렸다. 또 다른 한 분은 심도 난청으로 어떻게든 들으려 애쓰며 무려 다섯 벌의 보청기를 맞추셨다. 세상에 좋다는 보청기를 다 써봤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보청기 소리를 아무리 키워도 소음만 더 커져서 괴롭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기계 힘으로 소리를 증폭시켜도 정작 소리를 수용하고 해석해야 할 우리 몸의 시스템이 무너져 있다면 소용이 없다. 한의학적으로 이는 정기(精氣)의 근원인 신장이 약해진 신허(腎虛)의 전형적 증상이다. 뿌리가 바짝 마른 나무는 아무리 밖에서 물을 뿌려준들 잎사귀까지 영양분을 전달하지 못한다. 어르신들의 귀는 영양분이 닿지 않아 고사해 가는 잎사귀와 같았다.
필자는 치료 방향을 설정하며 3개월의 집중 치료를 제안했다. 안으로는 고갈된 정기를 채우는 한방 치료를, 밖으로는 손상된 청각 세포를 자극하는 특수 음원 재활훈련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한방 치료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내원해 약침 치료를 포함한 공진단을 처방해 신(腎)의 기운을 보강했고, 음원 재활훈련은 매일 집에서 손상된 청각세포가 담당하는 특정 주파수를 정밀하게 찾아내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자극하고 깨우는 것이다.
두 어르신은 8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성실했다. 새벽 기도를 드리는 마음으로 매일 음원 훈련을 완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회복의 시곗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섯 벌의 보청기를 포기했던 어르신은 이제 보청기 한쪽만 살짝 걸치고도 설교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밤눈이 밝아지듯, 안개 낀 세상 같던 소리들이 선명하게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환자의 체감 변화는 드라마틱했지만, 기계적인 청력 검사 수치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환자는 "나는 이렇게 잘 들리는데 수치는 왜 그대로인가"라며 의아해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학이 주목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원리다. 비록 청각세포 자체가 즉각 재생되지 않더라도, 정밀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그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신경 연결망(시냅스)을 구축한다. 85세의 뇌도 훈련하면 변한다는 것을 두 어르신이 몸소 증명해낸 셈이다.
다만 의료인으로서 못내 아쉬운 점도 있다. 두 분 모두 2개월 만에 상태가 너무 좋아지자 '이제 살 것 같다'며 3개월의 집중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치료를 멈추셨다. 이는 줄기만 겨우 살아난 단계에서 열매를 맺지 못한 격이라 재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주관적인 호전은 치료의 종착역이 아니라 물리적인 수치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골든타임'의 시작이다.
고령 난청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몸은 정성을 들인 만큼 길을 열어준다. 지금 귀가 조금씩 시원해지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이 보내는 회복의 신호다. 그 신호가 단단한 결실을 볼 때까지 조급함을 내려놓고 끝까지 완주하시길 바란다. 85세 노신사들이 증명했듯, 소리의 길은 끝내 열리기 마련이다.
[맹유숙 청담맹유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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