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너머 헬스케어로"… 업계, 이름·얼굴 바꿔 '영토 확장'

2026. 2.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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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HLB·대원 등 사명·브랜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교체
예방·관리·토탈케어로 구조 재편
글로벌 겨냥한 CI … 정체성 확립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사업 확장과 산업 전환에 맞춰 사명·브랜드·CI를 재정비하며 기업 정체성과 전략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챗GPT

국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 '변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사명을 바꾸고,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CI)를 전면 재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변화를 넘어 전통적인 '약 만드는 기업'의 틀을 깨고 디지털 헬스케어와 예방 의학을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동헬스케어다. 기존 '일동생활건강'이라는 사명을 사용하던 이 기업은 최근 '생활'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삭제했다. 과거 주력하던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중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새 사명에는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관리, 증진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사업 구조를 반영했다. 명칭 변경을 통해 기업 활동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전문 헬스케어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HLB라이프케어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과거 '바라바이오'였던 사명을 변경하며 바이오 소재 전문 기업에서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체급을 키웠다. 특히 2024년 HLB글로벌에 인수된 이후, 홈페이지 개편과 사명 변경을 병행하며 '만성질환 토탈케어 전문 기업'이라는 구체적인 지향점을 설정했다. 그룹 차원의 헬스케어 로드맵에 발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사명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명뿐 아니라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브랜드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대원제약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원제약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를 '대원헬스'로 재정비했다. 그간의 과정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브랜드 진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유산균 브랜드 '장대원'에서 시작해 종합 건기식 브랜드 '대원헬스랩'을 거쳐 이제는 '대원헬스'라는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형태로 정착했다. 제품군이 늘어나며 복잡해진 브랜드 구조를 하나로 통합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종합 건강 브랜드'로서의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법인 사명은 유지하면서도 브랜드 브랜드명을 직관적으로 조정해 시장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로 꼽힌다.

시각적 상징인 CI(Corporate Identity) 변경을 통한 이미지 변신도 활발하다. 경동제약은 연구중심 제약사로서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CI를 새롭게 단장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색상 선택과 세련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기업의 미래 비전을 시각화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주사 체제 아래 전 계열사의 비전과 전략을 하나의 유기적인 상징 체계로 묶는 그룹 차원의 CI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 역량과 글로벌 사업 확장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종근당 또한 전통적인 상징성을 계승하면서도 디지털 환경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현대적인 시각 요소를 보완해 리뉴얼을 진행했다. 이들 세 기업은 로고와 서체, 색상을 통해 기업 성격과 사업 방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전통적인 제약사들이 의약품 제조라는 제한된 영역을 넘어 헬스케어 솔루션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함에 따라, 기존의 명칭과 로고가 현재의 사업 구조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와 소비자, 거래처에 전달해야 할 정보가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을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명과 CI가 활용되고 있다. 치열해진 시장 경쟁 속에서 차별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헬스케어 산업은 경계가 무너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을 겪고 있다"며 "사명과 브랜드 변경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 전략과 미래 방향성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전환기가 지속되는 한, 기업들의 정체성 재정립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백상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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