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8분만에 "유방암입니다"… 치밀유방 뒤에 숨은 암도 찾는다
한국 여성들 치밀유방 비율 높아
진단 어려운 유방암까지 찾아내
앉은 자세에서 10분 내외면 끝
비용도 유방 MRI보다 저렴할듯

강북삼성병원 조영증강 유방촬영(CEM) 검사실. 팔 혈관을 통해 요오드 조영제가 주입되자 의료진은 모니터와 시계를 확인하며 검사 시간을 조율했다. 조영제 주입 후 잠재적 암 조직이 가장 뚜렷하게 부각되는 시간은 약 8분 내외로, 이 시간 안에 유방의 구조적 변화와 기능적 이상 유무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조영제 투여 약 2분 후 촬영이 시작됐다. 겉보기에는 기존 유방촬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CEM의 경우 일반 조직을 보여주는 저에너지와 조영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에너지 엑스레이를 동시에 조사하는 이중 기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고에너지 영상에서 유방 조직 위주의 저에너지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산 처리하면 치밀 유방 조직에 가려져 있던 내부 상태가 드러난다. 안개가 걷히듯 배경 조직은 사라지고 조영제를 머금은 병변 유무만 강조되는 방식이다. 검사 결과, 조영제가 의미 있게 집적된 병변은 다행히도 관찰되지 않았다.
윤인영 강북삼성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기존 유방촬영이 유방의 구조를 중심으로 종괴를 찾는 검사라면 CEM은 조영제를 활용해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을 읽어내는 방식"이라며 "암세포는 증식을 위해 비정상적인 혈관을 새로 만드는데 조영제가 이 부위에 모이는 점을 이용하면 치밀한 유선 조직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병변까지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진단 기술이 발전하는 가운데 강북삼성병원은 CEM을 도입해 기존 유방촬영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CEM은 한 번의 촬영으로 유방의 형태와 병변의 활동 신호를 함께 확인하는 검사다. 혹의 크기와 모양에 더해 암으로 의심되는 변화 여부까지 동시에 평가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판단이 가능하다.

윤 교수는 "CEM은 MRI(자기공명영상)의 높은 민감도와 일반 유방촬영의 간편함을 결합한 검사"라며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작은 병변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고 치료 이후에는 남아 있는 병변이나 반대 측 유방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CEM의 임상적 가치는 수술 전 단계에서 빛을 발한다. 실제로 최근 CEM 검사에서 추가 병변이 발견되면서 기존 계획이 전면 수정된 사례가 있었다. 한쪽 유방암으로 부분 절제가 예정됐던 환자로, 기존 유방촬영과 초음파에서는 반대편 유방에 특이 소견이 없었다. 그러나 CEM 영상에서 반대편 유방에 의심 병변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에 의료진은 치료 범위를 양측 절제로 조정했고 한 번의 치료로 병변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조직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상피내암이 진단됐다"며 "CEM이 없었다면 반대편 병변은 발견되지 않은 채 치료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의 CEM 도입은 수년간의 준비 끝에 결실을 맺은 결과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장비를 도입해 170여 건의 임상 데이터를 축적했다. 윤 교수는 "국내에선 CT(컴퓨터단층촬영) 조영제의 유방촬영 적응증 확대가 10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CEM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며 "연구는 지속했지만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확산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환점은 지난해 말 찾아왔다. 인허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되면서 CEM은 제도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 23일 CEM이 신의료기술로 고시되면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오는 3월부터는 각 병원이 수가를 책정해 본격적으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용 경쟁력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비급여 기준 유방 MRI는 5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른다. 반면 CEM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돼 환자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윤 교수는 "MRI는 30분 이상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아야 하고 폐소공포증이 있는 환자나 심박동기 등 금속성 기기를 삽입한 환자는 검사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CEM은 앉은 자세에서 10분 내외로 검사가 끝나 편의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여성 특유의 치밀유방 비율과 유방암 진단의 어려움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치밀 유방은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이 영상에서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종괴가 가려질 위험이 높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유방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도 조기 정밀 진단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윤 교수는 "미국영상의학회(ACR)의 최신 가이드라인에도 CEM이 중요한 검사로 다뤄졌다"며 "젊은 환자일수록 초기 단계에서 CEM과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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