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혈관의 봄' 맞이하려면 … 뇌졸중 신호 놓치지 마세요
일교차 커 심·뇌혈관질환 주의를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는 '우수(雨水·2월 19일)'가 지났다. 겨울의 찬 공기가 물러가고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봄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추위의 긴 터널을 지나 '봄이 오는 길목'은 건강 측면에서 그리 녹록지 않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미세먼지와 황사가 빈발하는 환절기는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낮에는 포근하다가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환절기에는 우리 몸의 혈압 변동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날씨가 풀렸다고 앞선 마음에 갑자기 무리한 야외 활동을 하다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다. 정치권에서 자주 쓰는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집 안에서 느끼는 '마음의 봄'과 밖에서 느끼는 '몸의 봄'이 달라 혈관질환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말이다.
실제로 2월 말부터 4월 초 응급실을 찾는 뇌졸중 환자가 오히려 겨울보다 많다. 뇌졸중은 암, 심장병, 폐렴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4위이며, 현재 약 65만명이 치료 및 관리를 받고 있다. 매년 새롭게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는 11만~15만명에 달하고 전체 환자의 약 80%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뇌졸중은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생존 후에도 마비나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아 '장애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뇌졸중은 뇌경색 70%, 뇌내출혈 10~11%, 지주막하출혈 3.5% 등이다.
뇌졸중은 징후가 보이면 그 시간을 확인하고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발병하면 마비가 남아 이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초기에 증상을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극적인 호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도 조기에 증상과 대처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뇌졸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중요한 것은 'FAST(패스트) 체크'이다. 우선, F(에프)는 Face, 즉 '얼굴'이다. 웃는 얼굴을 지어봐도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거나 반대쪽 얼굴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비대칭이 된다면 강력한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다. A(에이)는 Arm, 즉 '팔'이다. 양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한쪽 팔이 내려가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주의가 필요하다. S(에스)는 Speech, 즉 '말'이다. 짧은 문장을 반복하려 해도 말이 잘 나오지 않고 혀가 꼬이는 등 이런 증상이 하나라도 보이면 위험 신호다. 그리고 T(티)는 시각(Time)의 T를 의미한다. 얼굴, 팔, 말의 증상이 하나라도 보이면 증상이 나타난 시각을 확인하고 바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과 주변 사람이 기억해야 할 것은 '본인이 증상을 발현한 시각'과 '주변 사람이 증상을 발견한 시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건강했던 시각'(예를 들어 자고 일어났더니 마비가 있다면 언제 증상이 생겼는지 알 수 없을 경우 어젯밤 11시 취침 전에는 멀쩡했다) 등 3가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변 사람도 함께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뇌졸중 치료는 '증상 발현 후 몇 시간이 지났는가'에 따라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치료는 발병 후 경과 시간을 확인한 뒤 진행된다. 발병 후 24시간 이내라면 혈류를 회복시키는 치료를 시행한다. 카테터 치료는 발병 후 6시간 이내에만 시행할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4시간 이내라도 가능하다. 뇌졸중 원인이 심장에서 생긴 혈전인지에 따라 약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발병 후 일주일이 지나면 재발 방지 치료를 철저히 시행한다.
뇌경색 치료는 ① 발병 후 24시간 이내 ② 발병 후 24시간에서 일주일 이내 ③ 그 이후 등 세 단계로 나뉘어 이뤄진다.
먼저 발병 후 24시간 이내 단계는 막힌 부분을 제거하고 혈류를 재개하는 '재관류 요법(再灌流療法)'을 시행한다. 이는 t-PA라는 혈전을 녹이는 약물(혈전 용해제)을 정맥 주사로 투여해 정체된 혈류를 회복시키는 방법과 카테터를 뇌 혈관이 막힌 부위까지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회수 요법(血栓回收 療法)이 있다. 뇌경색이 발생한 후 4.5시간 이내라면 먼저 약물을 사용하고, 혈관 폐쇄가 남아 있으면 혈전 회수 치료도 시행한다. 4.5시간을 초과하고 6시간 이내라면 먼저 혈전 회수 치료를 한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 기존에 6시간 이내로 제한되던 혈전 회수 치료가 24시간 이내 환자에게도 시행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전에는 수면 중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언제 발병했는지 알 수 없어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MRI 기술이 발전해 발병 시점을 추정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발병 후 24시간에서 일주일 사이에는 혈전이 생긴 원인이 '심원성 뇌경색(心原性 腦梗塞)'인지, '비심원성 뇌경색(非心原性 腦梗塞)'인지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심원성(心原性·심인성)은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뇌 혈관으로 들어가 뇌 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키는 것이다. 혈전(피떡)이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떠돌다가 멀리 있는 혈전을 막아버리는 현상을 '색전증(塞栓症)'이라고 하며, 그 혈전의 기원(원인)이 심장인 경우를 '심원성 뇌색전증(心原性 腦塞栓症)'이라고 한다. '비심원성 뇌경색'에는 뇌의 큰 혈관이 막히는 '아테롬 혈전성 뇌경색(Atherothrombotic Stroke)'과 뇌의 작은 혈관이 막히는 '라크나 경색(Lacunar Infarction)'이 있다. 라크나는 라틴어로 '구멍'을 뜻하며, 작은 구멍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들 '심원성 뇌색전증' '아테롬 혈전성 뇌경색' '라크나 경색'이 뇌경색의 3대 유형이다.
심원성 뇌색전증은 심전도 검사를 받아 부정맥이 없는지 확인하고, 심초음파 검사로 혈전 유무를 검사해 진단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이다. 이는 심장 상부에 있는 심방이 불규칙하고 작은 움직임으로 경련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되면 혈액이 정체돼 '혈전'이 생기기 쉬워진다. 심장 안쪽에 혈전이 있는지는 심장 초음파 검사로 확인한다. 심인성과 비심인성은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이 다르다. 심인성에는 '항응고제'를, 비심인성에는 혈액이 응고될 때 작용하는 혈소판의 활성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를 사용한다. 이 약물은 혈액이 잘 응고되지 않아 출혈이 일어나기 쉬운 부작용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 이후 단계는 뇌경색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재발 예방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지질 이상증, 흡연, 음주, 만성신장병, 부정맥(특히 심방세동)을 방치하면 뇌졸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예방을 하려면 체중 감량, 염분 섭취 감소, 금연, 절주 등을 실천해야 한다.
뇌졸중의 원인은 나쁜 생활습관뿐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원인이 있다. 예를 들어 '암'도 뇌졸중과 관련이 있다. 암이 진행되면서 몸 곳곳에 염증, 혈전 등이 발생하고, 면역 상태도 급격히 변한다. 그 결과 심장, 혈관, 혈액 등에 비정상적인 반응이 일어나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암 환자의 뇌졸중 발병 빈도가 같은 연령대에서 약 2배 높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난원공개존(卵円孔開存)' 상태도 위험 요소다. 난원공은 심장을 좌우로 구분하는 벽 조직이 겹쳐 있는 곳에 있는 작은 구멍을 말한다. 태아는 난원공(卵円孔)이 열려 있지만 보통 생후 2~3일에 자연스럽게 닫힌다. 하지만 구멍의 일부가 완전히 닫히지 않는 '난원공개존'이 성인 4명 중 1명꼴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유의 증상은 없지만 기침이나 배변 시 복압이 걸릴 때 어떤 원인에 의해 하지 혈관에 생긴 혈전이 우심방에서 좌심방으로 들어가 뇌 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뇌경색은 주로 젊은 세대에서 발생한다. 뇌경색 재발 위험이 높을 경우 난원공은 카테터로 막아 치료한다. 허벅지 뿌리에서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삽입하고, 난원공에 전용 장치를 끼워 막아주는 치료법이다.
뇌졸중 중 두 번째로 흔한 것은 뇌출혈이다. 뇌출혈은 피각((被殼), 시상(視床), 뇌간부(腦幹部), 소뇌(小腦), 피질하(皮質下) 등의 부위에 많다. 뇌출혈에는 '지주막하 출혈'도 있는데, 뇌출혈과 지주막하출혈은 '출혈된 부위'가 다르다. 뇌출혈은 뇌 안쪽을 관통하는 가는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나고, 혈액 덩어리가 뇌 안쪽으로 점점 커진다.
반면 지주막하 출혈은 주로 뇌 표면의 큰 혈관에 생긴 혹이 터져 나와 뇌 표면으로 혈액이 스며들게 된다. 뇌출혈 발생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혈액덩어리 크기가 고정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 뇌 안의 혈액덩어리가 점점 커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주변에 뇌 부종이 생겨 뇌 손상이 크게 진행될 수도 있다.
뇌출혈이 확인되면 대부분 수술 없이 약물 치료만으로 대응한다. 기본적으로는 '고혈압 약'을 사용해 혈압을 낮추는 치료와 '항부종 약'을 이용해 뇌 부종을 억제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최근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예방을 위해 '항혈전제(혈액을 맑게 하는 약)'를 복용하는 사람에게서 뇌출혈 발생이 늘고 있다. 뇌출혈이 발생해 뇌 세포가 손상되면 출혈 부위에 따라 다양한 후유증이 나타난다. 피각에 출혈이 있을 경우 출혈이 있던 반대쪽 손발에 마비가 발생할 수 있어 초기에 재활을 권장한다. 의식과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과 관련된 시상에 출혈이 생기면 종일 졸음이 오거나 불쾌한 저림감이 남는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출혈을 예방하려면 고혈압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가 지속될 경우 진단된다. 혈압이 낮아도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는 '뇌 아밀로이드 혈관증'이 생기면 혈관이 약해져 혈압이 낮아도 출혈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뇌 속 아밀로이드는 보통 자연스럽게 분해·배출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밀로이드가 혈관에 축적된다. 고혈압이 아닌데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아밀로이드'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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