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체’ 우려로 ‘레거시’ 기업 타격 현실화?…IBM 주가 25년 만에 최대 폭락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 속에 소프트웨어나 ‘레거시’ 전산 업계의 주가가 출렁이는 등 AI발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뉴욕 증시 특성상 AI발 정보나 전망에 대한 취약성이 큰 측면이 있다. 하지만 ‘AI 대체’ 우려가 커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AI가 전면 활용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대 하락하고, IBM의 경우 하루에만 13.5% 급락하면서 ‘AI 둠스데이’ 공포가 확산됐다. 특히 IBM 주가는 2000년 10월 이래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앤트로픽이 자사 ‘클로드 코드’를 통해 IBM의 핵심 수익원인 코볼(COBOL)을 현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IBM 메인프레임에서 구동되는 코볼은 1950년대 개발된 구형 프로그래밍 언어로, 미국 내 ATM 거래 시스템의 95%를 차지하는 등 금융 결제나 소매 거래, 정부 시스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앤트로픽이 블로그에서 “클로드 코드와 같은 도구로 컨설턴트들이 수작업으로 해온 코볼 현대화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IBM의 주요 매출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앞서 클로드에 보안 기능이 추가되자 사이버 보안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전날 독립 시장분석기관 시트리니 리서치가 ‘2028 글로벌 지능 위기’라는 제목으로 2028년 6월이라는 가상의 시점에 AI로 인해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급등하고 소프트웨어·컨설팅 기업이 도산하는 등의 암울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펴낸 것도 AI ‘피해주’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에서 언급된 도어대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우버 등 플랫폼·신용카드 결제업체들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거액을 빌려준 블랙스톤 등의 주가가 4~6% 하락했다.
이달 초 앤트로픽의 새 AI 도구 클로드 코워크 공개 이후 소프트웨어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산업(Saas)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했다. AI 에이전트가 대신 코딩 등을 하는 일이 확산되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이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AI에 따른 승자와 패자 구분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AI 위험이나 불안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AI로 인해 일률적으로 어떤 산업이나 업종이 타격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프로그래머 일자리는 감소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 오히려 늘어난다는 전망치(미 노동통계국)도 있다”면서 “AI를 기회로 포착해 대응하며 고객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 간의 차이가 극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초인공지능이나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논의보다 AI 개발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인식도 힘을 얻고 있다”며 “AI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하드웨어 수요 붐이 이어지는 한 AI를 잘 응용하는 회사들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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