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發 메모리 캐파 전쟁, 전공정 넘어 후공정으로 전이
후공정 생산역량 확장하는 삼성·SK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제약이 전공정을 넘어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그동안 미세공정 전환과 웨이퍼 투입 능력이 핵심 병목으로 지목돼 왔다면, 앞으로는 후공정 인프라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패키징을 전문으로 하는 OSAT(반도체 외주 패키징·테스트) 업체들의 수혜가 예고됐다. 다만,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요구되는 HBM의 경우 그 부담을 메모리 업체들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은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형성하는 단계로 증착·식각·노광 등의 공정을 거친다. 이후 완성된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분리하고 패키징 및 테스트를 수행하는 후공정 과정으로 넘어간다.
앞서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으로 꼽히는 글로벌 메모리 3사의 HBM 생산능력이 연말까지 월 49만 5000장(월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말 월 36만장에 비해 큰 폭의 증가다. 내년 말에는 월 58만장까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메모리 3사의 HBM 캐파 증설 폭은 월 7만 5000장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HBM4의 본격적인 램프업 영향으로 올해 말까지의 증설 폭은 월 13만 5000장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해 요구한 HBM 월 90만장(웨이퍼 기준) 수요를 들어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 병목까지 번질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류 연구원은 “전공정 캐파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후공정 부족 현상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범용 D램의 경우 OSAT에 외주를 맡길 수 있지만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요구되는 HBM은 메모리 업체가 직접 대응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메모리 업체들의 직접 설비 투자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후공정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 사업장을 중심으로 패키징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청주 P&T7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SAT가 HBM 패키징을 직접 수행할 수 없는 만큼 메모리 업체들은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 생산 역량 확보에도 사활을 걸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정수연 기자 ss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