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충남·대전 통합' 무산…“靑, 민주당에 부글” [정치 인사이드]
충남·대전 통합, 작년 12월 李 요청했지만 입법 지지부진
정치권 “국회 행안위원장·법사위원장 모두 민주당인데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광역지방자치단체 통합법안 세 건 중에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만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6·3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 통합 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이날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입법과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두 지역은 이번 지방선거 때 통합 단체장 선출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특히 충남·대전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사안인데 여당인 민주당도 사실상 반대했다”면서 “청와대가 민주당에 화가 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손을 맞잡으며 청와대를 따돌린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행안위·법사위, 충남·대전 통합에 ‘미지근’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작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민주당에 요청했다. 당시 용산 대통령실에 민주당 소속 충남·대전 국회의원들을 모아 지역구 통합을 주문한 것이다. 민주당은 하루 만에 통합 특위를 구성하는 등 속도전에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통합을 위한 입법은 지지부진했다. 행정통합 특별법을 주관하는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안 통과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사위 모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의외라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돌았다.
그러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행안위를 찾아 행정통합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민석 총리와 신정훈 행안위원장, 행안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 등이 만나 법안 처리를 논의했는데, 서로 웃으면서도 날 선 말이 오가기도 했다.
당시 김 총리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이걸 부탁드릴 일은 아니다”라며 “여기서 남의 당처럼 이러고 있다”고 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총리님의 기습 같다”며 “갑자기 언론에 공개된 자리이긴 하지만 우리도 책임감 가지고 한다”고 답했다.

법사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에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23일 늦은 밤 전체회의 도중 “대전시민의 반대가 많은데 이런 시민들의 의견도 참고를 해야 될 것 같지 않습니까”라고도 했다.
결국 24일 전체회의에서 충남·대전 행정통합은 처리가 무산됐다. 추 위원장은 “충남·대전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말아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전남·광주를 먼저 통합하고,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與野 서로 남탓…靑은 민주당에 ‘부글’
행정통합 무산에 여야는 서로 남 탓을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해 처리할 수 없었다고 하고, 국민의힘은 언제부터 민주당이 우리 눈치를 봤느냐는 반응이다. 민주당 원내운영수석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은 룰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시도 의회나 시도 지사가 반대하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에 부담이 된다”며 “국민의힘이 행정통합 반대로 대한민국 앞길을 막은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언제 야당 눈치를 봤느냐는 입장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전과 충남 민주당 의원들이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안 할 거면 셋 다 안하게 해달라고 하더라”며 “충남·대전은 이 대통령이 화두를 던져서 진행되는 건데, 언제부터 국민의힘이 반대한다고 안 하고 그랬느냐”고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통합 불발 책임을 국민의힘에 미루려 작정하고 있는데, 어제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은 충남·대전 통합에 아무도 반대 토론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이견이 있어서 전남·광주만 하는 걸로 된 것 같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번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요청한 사안을 여당 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위해 외면했다는 것이다. 충남·대전이 통합되면 통합단체장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충남지사와 대전시장을 준비 중이던 여러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결국 통합을 무산시켰다는 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행정통합 과정에서 대전 지역 여당 의원들은 아예 협조를 전혀 하지 않아 청와대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원내 지도부에서도 아무도 행정통합 통과에 총대를 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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